“2시간 만에 블룸버그 터미널 클론을 만들었습니다. 코드 한 줄 안 쓰고, 리뷰도 안 했어요.”
이런 자랑을 들었을 때, Node.js 메인테이너 Matteo Collina는 다르게 묻습니다. “그 클론에 버그가 있어서 누군가 잘못된 거래를 한다면 누가 책임지나요? 새벽 3시에 장애가 나면 누가 디버깅하나요?”

Matteo Collina는 Node.js, Fastify, Pino, Undici의 메인테이너이자 Node.js Technical Steering Committee 의장입니다. 그는 최근 “The Human in the Loop“라는 글에서 AI 시대 개발자의 진짜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개발자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개발자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 위험하다고요.
출처: The Human in the Loop – Nodeland
도어맨 오류: AI는 겉보기 업무만 본다
광고 전문가 Rory Sutherland는 ‘도어맨 오류(Doorman Fallacy)’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시카고의 한 고급 호텔이 회전문을 설치하며 도어맨을 해고했는데, 비용은 절감됐지만 손님 만족도가 떨어진 사례입니다. 도어맨의 ‘겉보기 업무’는 문 여는 것이었지만, 진짜 역할은 손님을 이름으로 맞이하고, 안전감을 주고, 호텔의 품격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AI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자의 겉보기 업무는 코드 타이핑이지만, 진짜 역할은 판단, 맥락 이해, 책임입니다. AI는 타이핑을 대신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타이핑만 자동화하면 됐다”고 착각합니다.
실전에서 본 것: 이해 없는 코드의 재앙
Collina는 10년 넘게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유지보수하면서 이해하지 못한 코드를 머지한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후회스럽지만 모든 메인테이너가 한 번쯤 겪는 일이죠. 그리고 항상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버그는 더 고치기 어렵고, 동작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기술 부채가 쌓입니다.”
이게 사람이 천천히 쓴 코드일 때의 얘기입니다. 그런데 AI는 몇 초 만에 수백 줄을 생성합니다. “AI 속도로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면, 이해 없이 배포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 규모는 훨씬 큽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이 월 3만 달러인 건 코드가 복잡해서가 아닙니다. 금융 시장, 규제, 데이터 무결성, 시스템 안정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쌓인 멘털 모델,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직관. 그걸 AI가 2시간 만에 복제할 순 없습니다.
병목의 이동: 코딩에서 리뷰로
Collina의 워크플로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Node.js나 Undici의 보안 취약점이 보고되면, 그는 이슈를 AI에게 던집니다. AI가 구현을 하고, 그는 리뷰를 합니다. 최근 몇 달간 이 방식으로 수십 개의 패치를 배포했습니다.
“내 생산성의 병목은 더 이상 코딩 속도가 아니라 리뷰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리뷰할 때 보는 건 이겁니다. 이 패치가 정말 공격 벡터를 막는가? AI가 놓친 엣지 케이스는 없나? 이게 올바른 수정인가, 아니면 그냥 작동하는 수정인가? 아키텍처에 맞는가? 하위 호환성은 유지되는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코드인가?
사실 이건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오픈소스 메인테이너로서 저는 늘 다른 사람이 쓴 코드를 리뷰해왔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기여자들의 PR을 검토하고, 평가하고, 머지할지 결정하죠. AI는 그냥 또 다른 기여자일 뿐입니다.”
차이는 이제 이게 주요 스킬이 되었다는 겁니다. 더 빠른 패턴 인식, 일반적인 실패 모드에 대한 멘털 모델, 더 효율적인 동작 검증 방법. “2026년에 중요한 건 프롬프트 기술이나 ‘에이전트 인프라’가 아닙니다. 판단력입니다.”
진짜 위험: “AI가 썼으니까 괜찮겠지”
Collina가 걱정하는 건 소프트웨어 개발이 죽는다는 게 아닙니다. “‘AI가 썼으니까 리뷰 안 해도 돼’가 용인되는 문화”가 생기는 겁니다.
리뷰를 멈추는 순간, 코드에 대한 책임도 멈춥니다. 새벽 3시에 프로덕션이 터졌을 때, “AI가 썼으니까”는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코드를 쓰는 건 AI가 하지만, 그 코드에 이름을 거는 건 여전히 사람입니다.
산업혁명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산업 재해와 오염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든 것처럼, AI 코딩 시대도 새로운 위험을 낳습니다. 안전 관행, 규제, 문화적 규범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AI로 생성된 소프트웨어에 대해 그 과정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사라지는 역할, 중요해지는 역할
Collina는 동의합니다. 어떤 역할은 사라집니다. “Jira에서 태스크를 가져다가, 하고, 퇴근하는 프로그래머. 그 일은 이제 AI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아키텍트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구현이 의도와 맞는지 판단하는 일. AI가 자신 있게 내놓은 코드가 겉보기엔 맞는데 실제론 틀린 경우를 잡아내는 일. 프롬프트로 전달할 수 없는 맥락을 이해하는 일.
“이건 새로운 스킬이 아닙니다. 시니어 엔지니어가 늘 해온 일이죠. 차이는 이제 이게 주요 스킬이 되었다는 겁니다.”
루프 안의 인간을 보호하라
Collina는 매일 AI를 씁니다. 그 어느 때보다 생산적입니다. 하지만 그는 병목이 리뷰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AI 회의론도, AI 맹신도 아닌 실용적 균형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루프 안의 인간은 수정해야 할 버그가 아닙니다. 보호해야 할 기능입니다.”
도어맨이 단순히 문을 여는 사람이 아니었듯, 개발자도 단순히 코드를 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겉보기 업무는 자동화할 수 있지만, 판단과 책임과 맥락은 자동화할 수 없습니다. AI 시대에 위험한 건 기술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차이를 잊어버리는 겁니다.
참고자료:
- The Human Behind the Door – O’Reilly Radar
- The Death of Software Development – Mike Arnal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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