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인터뷰 도중 백그라운드에서 AI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45분 후, 과거를 피해 시골로 도망친 도시 여자와 목장주의 로맨스 소설 한 편이 완성됐습니다. 인간 작가가 6개월 걸릴 일을, AI는 점심시간 전에 끝냅니다.

뉴욕타임스가 AI로 로맨스 소설을 대량 생산하는 현상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사의 중심에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사는 작가 Coral Hart가 있습니다. 원래도 연간 10~12권을 쓰던 다작 작가였지만, AI를 도입한 뒤 지난해에만 200권 이상의 로맨스 소설을 아마존에 자가 출판했습니다. 다크 마피아 로맨스부터 순수한 청소년 이야기까지, 총 약 5만 부가 팔려 6자릿수 수입을 올렸습니다.
출처: The New Fabio Is Claude – The New York Times
로맨스가 AI에 특히 취약한 이유
출판 산업에 기술 변화가 올 때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장르가 로맨스입니다. 전자책 구독, 자가 출판, 소셜 미디어 마케팅 모두 로맨스 작가들이 선도했죠. 로맨스는 성인 소설 인쇄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장르이기도 합니다.
AI와의 궁합이 특히 좋은(혹은 나쁜) 이유가 있습니다. 로맨스는 “해피엔딩 보장(H.E.A.)”이라는 공식과 enemies-to-lovers, forced proximity 같은 익숙한 트로프에 의존합니다. 이런 공식화된 구조는 챗봇에 그대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Claude는 우아하지만, 사랑을 모른다
Hart는 여러 AI 모델을 로맨스 소설에 테스트했습니다. Anthropic의 Claude가 가장 우아한 문체와 다재다능함을 보여줬지만, 성적인 농담이나 노골적 묘사에는 형편없었습니다. Grok이나 NovelAI는 노골적인 장면을 쓸 수 있었지만, 감정적 뉘앙스가 없고 기계적이었죠.
모든 모델에 공통된 치명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로맨스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slow-burn, 즉 “할까 말까”의 성적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러브 신을 쓰라고 하면 AI는 곧바로 클라이맥스로 직행합니다.
AI의 상투적 표현도 문제입니다. 여러 AI 소설에서 동일한 비유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게 정사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연인의 이름을 “ragged prayer(거친 기도)”처럼 속삭이는 표현입니다. 서로 다른 AI 소설에서 거의 똑같은 문구가 나타납니다.
Hart는 Claude의 보수적 성향을 우회하는 기법들을 개발했습니다. 성적 장면이 단순한 선정성이 아니라 “서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구체적인 지시와 함께 AI가 반복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ick list”를 만들어 입력하는 식입니다.
AI가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지점
아테네에 사는 심리학자 Sonia Rompoti는 AI 보조로 1년여 만에 10권의 로맨스 소설을 출판했습니다. 플러스사이즈 여성인 그는 자신과 닮은 주인공을 쓰고 싶었지만, AI는 체형 묘사에서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체중을 과장했고, 의자에 앉으면 의자가 “신음”하는 묘사를 넣었죠.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이어야 할 정사 장면에서도 주인공은 캐리커처가 됐습니다.
주류 소설에 플러스사이즈 캐릭터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다양한 체형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겁니다. Rompoti는 결국 해당 장면들을 직접 다시 썼습니다.
그의 말이 이 기사 전체를 관통합니다. “사람들은 몸이 뭘 하는지 보려고 로맨스를 읽지 않아요. 자신이 보이는 느낌을 받으려고 읽어요.”
숨기면 팔린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AI 로맨스 산업의 가장 불편한 현실은 투명성의 역설입니다. BookBub이 1,200명 이상의 작가를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1이 AI를 플롯, 개요, 집필에 활용하고 있었고, 대다수가 독자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AI 전문 출판사 Future Fiction Press의 공동 창업자 Elizabeth Ann West도 인정합니다. “AI라고 밝히지 않으면 잘 팔립니다.”
반대편에서는 강한 저항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Marie Force는 자신의 소설 80권 이상이 Anthropic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된 것을 알고 분노했습니다. 브루클린의 로맨스 전문 서점 The Ripped Bodice에서 북클럽을 이끄는 Zoë Mahler는 “로맨스는 인간적 연결에 관한 것인데, 왜 기계가 흉내 낸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요?”라고 반문합니다.
아마존은 Kindle 자가 출판 작가에게 AI 사용 여부를 공개하도록 요청하지만, 책에 공개 면책 조항을 넣도록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로맨스 임프린트 Bloom Books의 편집장 Christa Désir는 “AI 탐지기도 우회할 수 있고, 어느 시점에서는 완전히 탐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AI가 드러내는 창작의 경계
이 기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AI의 능력과 한계가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공식화된 플롯 구조는 AI가 잘 처리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정말 원하는 것, 감정적 긴장감, 취약함의 표현, 다양한 인간 경험의 묘사는 여전히 AI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입니다.
동시에, 이 현상은 출판 생태계 전체에 질문을 던집니다. 학습 데이터로 쓰인 작가들의 권리, 공개하지 않는 AI 사용의 윤리, 그리고 대량 생산이 신인 작가의 발견 가능성을 잠식하는 문제까지. NYT 기사는 AI 글쓰기 수업의 구체적인 프롬프트 기법부터 업계 반응까지 훨씬 풍부한 사례를 다루고 있으니, 로맨스와 AI의 복잡한 관계가 궁금하다면 원문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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