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용자가 ChatGPT에게 “미국에서 증류 산성유는 어디로 수출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광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질문이죠. 그런데 대화가 52번 오간 뒤, HubSpot 광고가 떴습니다. 키워드를 친 적도, 제품을 검색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웹 트래픽 분석 기업 Similarweb의 임원 Harel Amir가 ChatGPT에 실린 초기 광고 수백 건을 분석했습니다. HubSpot, Nordstrom, Indeed, Cursor 같은 회사들이 사들인 광고였죠. 그가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ChatGPT 광고는 키워드가 아니라 ‘대화’를 중심으로 작동하며, 사용자의 구매 의도가 검색창이 아니라 대화 도중에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출처: OpenAI is building a new kind of ad machine. Early data suggests Google should worry. – Business Insider
키워드를 사던 시대에서, 대화를 읽는 시대로
지금까지 검색 광고는 단순한 원리로 돌아갔습니다. 우리가 “가성비 러닝화”나 “마이애미행 저가 항공권”처럼 돈 냄새가 나는 단어를 검색창에 칠 때, 광고주는 바로 그 단어를 사두고 광고를 노출했습니다. 의도가 단어로 드러나야만 광고가 작동했죠.
ChatGPT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사용자가 “헤드폰”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력하지 않아도, 길게 이어진 대화의 맥락에서 의도를 추론해 헤드폰 광고를 띄울 수 있습니다. 광고가 등장하는 시점도 검색처럼 즉각적이지 않습니다. Amir가 본 사례에서 면접 준비를 돕던 대화는 30번을 주고받은 뒤에야 Indeed 광고가 나왔고, 골프채를 알아보던 대화는 막연한 질문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제품 비교로 흘러간 10번째 차례에 Dick’s Sporting Goods 광고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광고의 단위가 바뀝니다. 검색이 ‘단어’를 팔았다면, 대화형 AI는 ‘맥락’을 팝니다. 의도가 어떤 순간에 고정된 게 아니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움직인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화가 만들어내는 구매 의도
Amir는 이 현상을 “의도 표류(intent drift)”라고 부릅니다. 처음엔 살 마음이 전혀 없던 사용자가 대화를 거치며 점점 구매로 끌려가는 흐름이죠. Similarweb 데이터에 따르면, 광고를 본 ChatGPT 사용자의 46%는 애초에 아무런 상업적 의도 없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대화 그 자체가 의도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이 지점이 구글 모델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건드립니다. 키워드 광고는 사용자가 의도를 말로 꺼낸 다음에야 작동합니다. 의도가 생기기 전, 막연히 고민하고 정보를 모으는 단계는 검색 광고가 잡아내지 못하는 영역이죠. Similarweb은 ChatGPT에서 광고를 부른 질문의 83%가 기존 구글 쇼핑 광고였다면 아예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검색엔진이 놓치던 행동의 층위를 ChatGPT가 수익으로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광고가 떠도 사용자는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광고가 붙으면 사용자 경험이 망가질 거라는 우려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초기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광고를 본 뒤에도 사용자의 73%가 대화를 이어갔고, 평균적으로 네 번을 더 주고받았습니다.
이유는 광고가 끼어드는 방식에 있습니다. ChatGPT는 한 화면에 여러 브랜드 광고를 경쟁시키지 않습니다. 한 번의 대화 차례에 광고 하나만 보여주죠. 옆에 따라붙는 광고 띠도, 서로 다투는 카드도, 열 개의 파란 링크도 없습니다. 이미 대화에 깊이 들어와 있는 사용자에게, 맥락에 맞는 추천 하나가 조용히 끼어드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광고가 대화의 흐름을 끊는 방해물이 아니라, 이어지는 대화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다만 Amir도 이게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지금은 광고 단위가 깔끔하고 거슬리지 않게 잘 자리 잡고 있지만, OpenAI가 이 균형을 망가뜨리면 경험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검색의 종말이 아니라, 의도의 재정의
이 변화의 무게중심은 “어떤 기업이 광고를 더 잘 판다”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AI와 나누는 대화 자체가 새로운 광고 지면이 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검색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고 단어로 표현할 때 작동했습니다. 대화형 AI는 우리가 아직 원하는 줄도 모르는 단계의 생각까지 읽어내려 합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면접 준비를 하거나 골프채를 고민하던 대화의 맥락이 광고 타기팅의 재료가 된다면, ‘대화’와 ‘검색’의 경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Similarweb이 추정한 단가나 클릭률 같은 지표는 원문에 더 자세히 나와 있지만, 정작 곱씹어볼 대목은 숫자 너머에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던지는 질문들이,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사고팔 수 있는 신호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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