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세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게 당연했죠. AI 시대엔 이 셋이 한 사람의 역할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MBA 졸업생을 가장 많이 채용하는 세 업종, 은행·금융, 경영 컨설팅, 테크·미디어·이커머스에서 30개 조직을 조사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신입 채용 기준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본 연구입니다. 임원들이 꼽은 핵심 역량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출처: Research: AI Is Changing What Employers Want from New Hires – Harvard Business Review
- 직무 통합 역량 —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로 나뉘어 있던 일이 한 사람의 “제너럴 테크놀로지스트” 역할로 합쳐지는 흐름에 맞춰, 여러 직무를 넘나들며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까지 직접 끌고 가는 능력.
- 시스템 사고 — 자기 전문 분야(엔지니어링, 재무 등)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제품·서비스의 여러 요소가 어떻게 맞물려 가치를 만드는지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능력.
- 워크플로우 재설계 역량 — 기존 업무 절차에 AI 도구를 끼워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작업을 AI에 맡기고 어떤 새 업무(감독, 안전장치 설계 등)가 필요한지 워크플로우 자체를 다시 짜는 능력.
여러 직무가 한 사람으로 수렴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제품관리 조직이 이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티켓 추적, 일정 조율, 데이터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 같은 제품관리의 기초 업무는 이제 AI가 대신합니다. UI 목업을 만드는 초년차 업무도 프롬프트 하나면 AI가 처리합니다.
연구팀이 인터뷰한 임원들은 이 흐름이 결국 제품관리자, UX 디자이너, 개발자라는 세 직무를 하나의 “제너럴 테크놀로지스트” 역할로 합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Claude나 Figma, Lovable,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로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까지 직접 끌고 가는 사람입니다.
기초 실행 업무에 쓰던 시간이 줄어드니, 기업은 그 자리를 더 전략적인 역할로 채우길 기대합니다. 제품 생애주기 전체를 이해하고,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가는 로드맵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자기 분야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엔지니어링이든 재무든 통계든,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연구는 말합니다. 제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어떻게 맞물려 가치를 만드는지, 시스템 전체를 보는 눈이 함께 필요해졌습니다.
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에이전트형 AI 고객서비스 구축 사례가 이 지점을 보여줍니다. 사람이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던 시절엔 직원을 교육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인력관리 역량이 핵심이었습니다. AI가 고객서비스 자체에 내장되면서, 이제는 제품관리 역량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고객이 예전엔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담당자는 어떤 데이터로 AI 에이전트를 학습시킬지, 어떤 지침과 안전장치를 마련할지, 에이전트를 어떻게 배포하고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할지까지 전 과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제조업의 신제품 개발도 비슷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 컨설팅사가 관찰한 사례에서는 AI가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콘셉트를 만들고, 원가를 추정하고, 가상 고객 페르소나로 콘셉트를 테스트하는 일까지 맡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신제품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더 이상 기술 설계 자체가 아닙니다. 입력 데이터의 품질을 검증하고, 테스트 시나리오를 만들고, AI 결과물을 꼼꼼히 검토하는 일입니다.
업무에 AI를 끼워 넣지 말고,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라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 보고 같은 작업을 자동화하면 그 작업에 걸리던 시간은 사실상 0에 가까워집니다. 그렇다고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감독하는 새로운 업무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연구팀은 관리자가 기존 워크플로우에 AI 도구만 끼워 넣는 데서 그치지 말고, 워크플로우 자체를 새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어떤 작업을 AI에 맡기고, 어떤 작업을 사람이 계속하고, 어떤 새 업무가 필요한지부터 다시 정의하는 작업입니다. 공장의 공정 설계처럼, 각 작업에 필요한 자원과 훈련, 지침, 안전장치를 하나씩 따져봐야 합니다.
핀테크 기업 OKX의 API 제품 총괄 캐스린 자오는 에이전트형 AI 도입 이후 API 릴리스 주기를 30~60% 단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새 워크플로우에서 제품관리자의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는 정보를 찾고, 명세서의 빈틈을 메우고, 테스트 케이스를 직접 설계하는 일이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제품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AI 솔루션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엣지 케이스 테스트가 충분한지, 출시 위험이 감수할 만한지 결정하는 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AI가 제품을 직접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오류가 큰 운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보니, 효율만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것도 새로운 임무가 됐습니다.
연구팀이 만난 임원들은 기존 중간급 인력을 새로 뽑기보다 AI 역량을 갖추도록 재교육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직무 지식과 판단력, 경험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신입 MBA 채용의 기준은 더 높아졌습니다. 비즈니스 기본기는 물론, AI 도구로 실제 문제를 풀어본 경험과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할 줄 아는 능력까지 함께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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