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작성되는 코드의 42%는 AI가 생성했거나 AI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입니다. Sonar의 2026년 조사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 코드가 틀렸을 때, 개발자 열 명 중 일곱은 그 오답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 AI 없이 일할 때보다 더 확신에 찬 채로 말이죠.

구글에서 14년간 개발자 경험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구글 클라우드 AI 디렉터를 지낸 애디 오스마니가 이 역설을 짚었습니다. AI 엔지니어 월즈 페어 2026 클로징 키노트를 글로 정리한 Own the Outer Loop와, 하루 앞서 올린 Earning taste and judgment가 그 내용입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는 실행 자체를 가져간 지금, 정작 사람에게 남는 몫은 무엇이고 그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다룹니다.
출처:
- Own the Outer Loop – Addy Osmani
- Earning taste and judgment – Addy Osmani
에이전트가 실행을 가져간 뒤, 남는 세 가지 비용
오스마니는 지금 벌어지는 변화를 “이너 루프(inner loop)”와 “아우터 루프(outer loop)”로 나눕니다. 이너 루프는 조사하고, 구현하고, 검증하는 반복 작업입니다. 예전엔 사람이 하던 일이죠. 지금은 에이전트가 이 루프를 돌립니다. 사람에게 남은 건 아우터 루프, 그러니까 그 결과를 볼지 말지, 승인할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지를 정하는 자리입니다.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숨은 비용이 따라옵니다.
첫째는 “인지적 항복”입니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냥 믿어버리는 태도인데, 와튼스쿨 연구에서 이 항복의 크기가 드러났습니다. 1,372명을 대상으로 약 1만 건의 실험을 진행했더니, AI가 틀린 답을 냈을 때도 참가자의 거의 4분의 3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정확도는 AI를 안 쓸 때보다 15%포인트 떨어졌는데, 확신은 오히려 12%포인트 올라갔습니다. 틀렸는데 더 자신만만해지는 셈입니다.
둘째는 “인지 부채”입니다. Anthropic이 진행한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 AI로 코드를 짠 개발자와 직접 짠 개발자에게 같은 코드에 대한 이해도 퀴즈를 냈습니다. 결과는 각각 50%와 67%. AI를 거쳐 만든 코드일수록 정작 그걸 만든 사람이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격차는 위임하는 작업의 범위가 커질수록 함께 벌어집니다.
셋째는 “오케스트레이션 세금”입니다.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동시에 돌리는 건 쉬워졌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집중력은 병렬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에이전트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골라내고, 뭘 먼저 봐야 할지 정하고, 위험한 가정을 미리 점검하는 일은 여전히 자동화되지 않습니다.
판단력은 원래 반복에서 나오는 부산물이었다
오스마니는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로 넘어갑니다. 지금까지 주니어 개발자가 시니어로 크는 경로는 명확했습니다. 보일러플레이트를 치고, 버그를 고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감각을 쌓는 것. 오스마니 본인도 “내가 가진 판단력의 거의 전부는 재능이 아니라 그 반복에서 나왔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에이전트가 바로 그 반복 노동을 가져가 버렸다는 점입니다. 판단력을 만드는 재료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죠.
이 변화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미국 대졸자 실업률은 5.6%, 불완전고용률은 41.5%였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최근 대졸자가 전체 노동인구보다 더 실업 상태에 놓이기 쉬운, 예전에는 없던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6.1%, 컴퓨터공학 계열은 7.5%로 비기술 전공보다도 높습니다.
수요 쪽도 함께 좁아졌습니다. Indeed 하이어링랩 조사를 보면 2020년 초 이후 주니어·일반 기술직 채용 공고는 34% 줄었는데, 시니어·매니저급은 19% 감소에 그쳤습니다. 5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공고 비중은 37%에서 42%로 늘었고요.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의 후속 연구는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22~25세 초년차 노동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6% 줄었다고 추산했습니다.
물론 이 수치를 AI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채용 과열이 조정되는 국면과 겹쳐 있으니까요.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1억7천만 개, 사라지는 일자리가 9,200만 개로 순증가가 7,800만 개에 이를 거라 전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낙관적 숫자와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현실은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판단력이 필요한 시니어 자리는 늘어나는데, 그 판단력을 배울 신입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는 것.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 고용 데이터를 분석해 매달 약 1만6천 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했고, 그중 Z세대와 초년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가
오스마니가 제시하는 실천 목록은 일곱 가지인데, 그중 개인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몇 가지가 눈에 띕니다.
내가 직접 만드는 양보다 훨씬 많은 코드를 읽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논리 오류나 보안 구멍, 미묘한 예외 상황을 사냥하듯 찾아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에이전트가 틀렸던 사례를 한 줄씩 기록해두는 “오답노트”도 있습니다. 30일쯤 모으면 자신만의 실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가끔은 일부러 어려운 길로 가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파서를 손으로 짜본다거나, CRM을 처음부터 만들어보는 식으로요. 앤드리 카파시가 강조하는 메모리, 뷰, 스토리지 같은 기본기는 에이전트가 여전히 자주 놓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한 시스템을 끝까지 깊게 파고드는 경험, 스펙을 쓰는 것과 검증하는 것을 분리해서 훈련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스펙의 질이 결과물의 질을 가르는 가장 큰 지렛대라는 게 오스마니의 판단입니다.
Claude Code를 만드는 Anthropic 내부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옵니다. AI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때만 보조 도구로 쓴다는 원칙인데, 에이전트를 제대로 감독하려면 오히려 AI에 과하게 의존할 때 무뎌지는 바로 그 능력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짚습니다. 주니어일수록 답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의도적으로 이 감독자의 위치에 서보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희소해지는 건 답이 아니라 판단
오스마니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자본은 넘치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풍부해졌지만, 진짜 관계와 실적으로 증명된 평판은 여전히 희소하다는 것. 코드를 뚝딱 만들어내는 일이 쉬워질수록, 애초에 무엇을 만들지 고르고 그게 쓸 만한지 판단하는 능력의 가치는 커집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문제를 더 잘 푸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그 결과가 정말 괜찮은지 가려내는 능력. 이게 지금 유일하게 자동화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게 두 글을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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