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시니어가 휴가를 다녀오면 엉망이 된 코드베이스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엔 휴가도 안 갔는데, 월요일 아침 리뷰할 PR이 7개고 그중 하나가 2만 줄이 넘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플로리안 헤렌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중산층을 지운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AI가 코드 생산 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중간 숙련층이 맡아 온 검토와 설계가 흔들릴 때 코드베이스 전체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현장 경험으로 풀어냈죠. 개발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AI가 일의 ‘중간 단계’를 압축하는 모든 직군이 겹쳐 볼 만한 관찰입니다.
출처: AI is removing the middle class of software engineering – Florian Herrengt
AI가 없앤 건 속도 제한이었다
헤렌트의 진단은 간단합니다. AI는 엔지니어링 문화가 약한 프로젝트를 훨씬 빠르게 망가뜨린다는 것.
예전에는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할지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은 에이전트에 몇 시간 프롬프트를 넣으면 곧바로 PR이 열립니다. 가장 고약한 건, 겉보기엔 이 방식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죠.
브랜치를 받아 돌려보면 얼추 동작하는 무언가가 나옵니다. 그러니 팀은 계속합니다. 다시, 또다시. 아무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요.
헤렌트는 이걸 신용카드로 산 고급차에 비유합니다. 빚은 눈에 보이지 않고, 멋진 차만 보인다는 겁니다.
아무도 설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가장 서늘한 장면은 버그를 쫓는 대목입니다. “이 데이터는 어디서 오죠?”라고 물으면, 지난주에 그 기능을 만든 동료가 답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Claude한테 물어볼게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화면에 끝없이 차오르는 텍스트를 지켜봅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둘 다 모르지만, AI는 아주 자신 있어 보이죠.
설계 결정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Claude와 나눈 대화 링크입니다. 그 안 어딘가, 모델이 아키텍처를 자신 있게 추천하고 사과하고 마음을 바꾸기를 열다섯 번쯤 반복한 대화 사이에 결정이 묻혀 있죠. “어느 부분을 읽으면 되죠?”라는 질문에 “아마 전부일걸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중간 숙련층이 하던 일의 본질이 여기 있습니다. 코드를 타이핑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팀에 남기는 것. 그 축적이 사라지면 코드는 쌓여도 이해는 남지 않습니다.
그럼 남는 자리는 어디인가
같은 시기, 깃허브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역할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프롬프트 하나로 만든 데모는 쉽지만, 믿고 반복할 수 있는 배포 시스템을 짜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거죠.
깃허브가 그리는 그림에서 개발자는 코드를 짜는 동시에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코드가 어떻게 제안되고, 검증되고, 리뷰되고, 배포되는지를 정하는 역할이죠. 에이전트는 모호하고 맥락이 많이 필요한 작업을 맡고, 린트·테스트·보안 검사·브랜치 보호 같은 규칙 기반의 경계가 그 결과를 걸러냅니다.
이 구도에서 개발자는 트리거를 정의하고, 에이전트의 권한 범위를 정하고, 어디에 사람의 판단이 반드시 남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됩니다. (다만 이 관점은 깃허브가 자사 코파일럿을 그 도구로 제시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글을 겹쳐 보면 방향이 드러납니다. 사라지는 건 ‘코드를 손으로 쳐 넣는 중간 작업’이고, 위로 올라가는 자리는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검증할지 판단하는 자리’입니다. 중간 숙련층이 밟고 올라가던 사다리의 가운데 칸이 얇아지는 셈이죠. AI가 만든 코드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이제 시니어만의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기본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From coder to orchestrator: How agents shift the role of a developer – The GitHub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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