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25년 Google I/O에서 발표한 AI Mode의 전면 확산이 출판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뉴스미디어연합(News/Media Alliance)은 이를 “도둑질의 정의”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AI 검색의 확산이 콘텐츠 제작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I Mode,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구글의 AI Mode는 기존 검색과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통적인 파란색 링크 목록 대신,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AI가 직접 답변을 생성하는 챗봇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Gemini 2.0을 기반으로 하는 이 시스템은 복잡한 다단계 질문을 처리하고, 후속 질문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 따르면, AI Mode는 “쿼리 팬아웃(query fan-out)” 기법을 사용하여 여러 관련 검색을 동시에 수행하고, 이를 종합하여 이해하기 쉬운 답변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링, 스마트워치, 수면 매트의 수면 추적 기능 차이점”을 묻는다면, AI가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검색한 후 결과를 조합하여 포괄적인 답변을 제공합니다.
출판업계의 생존 위기
출판업계의 반발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섭니다. 뉴스미디어연합의 CEO 다니엘 코피(Danielle Coffey)는 “링크는 출판사에게 트래픽과 수익을 제공하는 검색의 마지막 구원투수였다”며 “이제 구글은 강제로 콘텐츠를 가져가서 아무런 보상 없이 사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BrightEdge의 분석에 따르면, AI Overview가 도입된 후 해당 기능이 적용되는 검색에서 출판사들의 트래픽이 평균 30% 감소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2024년 SEMrush 조사에서 모바일 검색의 57%, 데스크톱 검색의 53%가 “제로 클릭” 검색, 즉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도 클릭하지 않고 끝나는 검색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검색 결과와 AI Overview의 비교 (출처: Ars Technica)
구글의 딜레마: 혁신 vs 생태계 보호
구글 내부 문서에 따르면, 회사는 출판사들에게 개별 AI 기능에서 옵트아웃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구글 검색 책임자 리즈 리드(Liz Reid)는 “출판사가 ‘이 기능에는 포함되고 저 기능에는 포함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면 엄청난 복잡성이 추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출판사들은 양자택일의 선택만 남게 됐습니다. 구글 검색에서 완전히 제외되거나, 모든 AI 기능에 콘텐츠가 사용되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구글이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첫 번째 선택지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로 클릭 검색의 확산과 의미
구글의 AI 검색 도구들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2007년 Universal Search부터 시작해, 2009년 Rich Snippets, 2012년 Knowledge Graph를 거쳐 꾸준히 사용자들을 구글 생태계 내에 머물게 하는 기능들을 추가해왔습니다. AI Overview와 AI Mode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입니다.
SparkToro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구글 검색의 거의 60%가 다른 사이트로의 클릭 없이 끝납니다. 이는 2019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역설적으로 구글 자체 서비스(YouTube, Maps 등)로의 클릭은 증가하고 있어, 구글이 검색 엔진에서 “웹의 관문”으로 역할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터넷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 생태계의 기본 약속을 흔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웹사이트들이 구글의 크롤링을 허용하는 대신 트래픽을 받는 상호 호혜적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은 콘텐츠를 활용하면서도 원본 사이트로의 트래픽은 제한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출판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BrightEdge의 짐 유(Jim Yu) CEO는 “구글이 소규모 출판사들을 압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주요 알고리즘 변화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Google’s AI Mode is ‘the definition of theft’ (출처: 9to5Google)
콘텐츠 품질 저하의 악순환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입니다. 출판사들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은 클릭을 얻으려고 저품질 콘텐츠나 자극적인 제목에 의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해 AI 생성 콘텐츠나 대량 생산된 저품질 기사들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구글 자신에게도 장기적으로 해로울 수 있습니다. AI 시스템이 학습할 고품질 콘텐츠가 줄어든다면, 검색 결과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사용자 행동과 기대
한편, 사용자들의 검색 행동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BrightEdge의 데이터에 따르면 AI Overview 도입 후 구글에서의 노출(impression)이 거의 50% 증가했습니다. 사용자들이 AI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B2B 검색에서 70%가 이제 AI 답변을 제공받습니다. 비록 클릭률은 떨어졌지만, 실제 클릭했을 때의 전환율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지한 구매자들은 클릭하고, 단순한 정보 탐색자들은 클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해법 모색
이 문제의 해결책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구글은 AI 검색 기능이 실제로는 웹사이트로의 트래픽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출판업계의 체감과는 다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익 분배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구글이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얻는다면, 그 일부를 원본 콘텐츠 제작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뉴스 콘텐츠에 대한 사용료 지불을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결론: 새로운 균형점 찾기
구글의 AI Mode 확산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터넷 생태계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합니다. 사용자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정보 접근을 원하지만, 이것이 콘텐츠 제작자들의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기술 발전과 생태계 지속가능성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의 AI 검색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자들이 지속적으로 고품질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치와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이러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인터넷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간의 새로운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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