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에게 물어봐”라는 말이 “ChatGPT에게 물어봐”로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ChatGPT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12개월 만에 740% 급증했다고 합니다. 0.25%에서 2.1%로 성장한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검색 시장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마케팅 업계에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엔진 최적화)’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20년 넘게 디지털 마케팅을 지배해온 SEO의 진짜 대안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용어일까요?
새로운 검색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Andreessen Horowitz는 최근 “검색의 규칙을 다시 쓰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라는 글을 통해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습니다. 800억 달러 규모의 SEO 시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명확합니다. 검색 행동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구글 검색에서 사용자들은 평균 4단어의 짧은 키워드를 입력했지만, ChatGPT와 같은 AI 도구에서는 평균 23단어의 긴 질문을 합니다. 검색 세션 시간도 6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출처: Andreessen Horowitz
더 중요한 변화는 검색 결과를 받아보는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여러 링크를 클릭해 정보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직접 종합된 답변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순위”를 보지 않습니다. 대신 AI가 생성한 답변 속에 “언급”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GEO 지지론: 링크에서 언어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
GEO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용어 바꾸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존 SEO가 페이지 순위와 백링크에 집중했다면, GEO는 AI 모델이 참조하는 컨텐츠가 되는 것에 집중합니다.
실제로 새로운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Profound, Goodie, Daydream과 같은 플랫폼들은 브랜드가 AI 생성 답변에서 어떻게 언급되는지 분석하고, 여러 모델에서의 브랜드 인식을 추적합니다. 캐나다구스(Canada Goose)는 이런 도구를 사용해 AI 모델이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SEO 도구 회사들도 변화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Ahrefs는 AI 오버뷰에서의 브랜드 언급을 추적하는 기능을 추가했고, Semrush는 생성형 플랫폼에서의 브랜드 인식을 추적하는 전용 AI 툴킷을 출시했습니다.
출처: Andreessen Horowitz
ChatGPT는 이미 수만 개의 서로 다른 도메인으로 트래픽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AI 검색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트래픽을 생성하는 플랫폼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GEO 회의론: 과장된 마케팅 용어일 뿐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GEO라는 용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SEO 전문가 Dejan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GEO가 마케팅 업계에서 만들어낸 과장된 용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Generative Engine’이라는 용어 자체가 기존의 AI 어시스턴트나 챗봇을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GPT-4, Claude, Gemini 등은 이미 ‘AI 어시스턴트’라는 확립된 이름이 있고, 구글, 빙 등은 여전히 ‘검색엔진’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GEO의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GEO 관련 문서가 삭제되었고, 이 용어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알려진 ‘Gao et al.’ 논문은 실제로는 인도 공과대학 연구진의 2024년 논문이었습니다.
SEO 업계의 유명 인사인 Rand Fishkin도 이런 관점에 동조합니다. 그는 “AIO, AEO, LLMO, GEO 같은 용어들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마케팅 세계에는 이미 완벽하게 합리적인 훌륭한 약어가 있다. 바로 SEO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을까?
두 관점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찾아보면,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 검색 행동의 실질적 변화 사용자들이 정말로 AI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찾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복잡한 질문이나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 ChatGPT나 Claude 같은 도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2. 컨텐츠 최적화 방식의 진화 AI가 이해하기 쉬운 컨텐츠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요약하면”이나 불렛 포인트 같은 명확한 구조, 의미가 풍부한(단순히 키워드만 많은 것이 아닌) 컨텐츠가 더 잘 인용됩니다.
3. 새로운 성과 지표의 등장 클릭률 대신 ‘참조율’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즉,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사이트를 방문했느냐보다는 얼마나 자주 AI 답변에서 해당 브랜드나 컨텐츠가 언급되느냐가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4. 플랫폼 다변화 검색이 구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던 것이 Instagram, Amazon, Siri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AI 모델과 사용자 의도를 가지고 있어 마케팅 전략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실용적 조언
용어에 대한 논쟁과 별개로, 기업들이 실제로 고려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컨텐츠 구조 개선 AI가 쉽게 파싱할 수 있도록 명확한 구조를 가진 컨텐츠를 작성하세요. 질문-답변 형식, 명확한 소제목, 핵심 정보를 앞부분에 배치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 모니터링 확대 기존의 구글 검색 결과뿐만 아니라 주요 AI 플랫폼에서 자사 브랜드가 어떻게 언급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다채널 전략 수립 하나의 검색엔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AI 플랫폼과 검색 채널을 고려한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하세요.
실험과 측정 새로운 변화는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측정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론: 용어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대응
GEO가 진짜 새로운 패러다임인지, 아니면 과장된 마케팅 용어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사용자들의 정보 검색 행동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플이 Safari에 Perplexity와 Claude 같은 AI 네이티브 검색엔진을 통합한다고 발표한 것처럼, 이런 변화는 이미 주류 기술 기업들의 전략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구글도 AI 오버뷰를 통해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결국 용어가 GEO든 진화된 SEO든 상관없이, 마케터들은 사용자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AI 모델이 기억하고 인용할 만한 가치 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을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비판적 사고와 실험을 통한 검증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AI 검색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브랜드는 용어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브랜드일 것입니다.
참고자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