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구가 개발자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금, 한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엔지니어의 특별한 실험이 개발 커뮤니티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AI로 코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용한 모든 프롬프트를 Git 커밋 로그에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Cloudflare OAuth 라이브러리 GitHub 저장소의 커밋 히스토리 (출처: GitHub)
AI 회의론자에서 실용주의자로의 전환
클라우드플레어 워커스(Cloudflare Workers)의 수석 엔지니어인 켄튼 바르다(Kenton Varda)는 프로젝트 시작 전까지 AI에 회의적이었습니다. “LLM은 그저 미화된 마르코프 체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두 달간의 실험 끝에 그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르다가 Claude AI와 함께 개발한 것은 OAuth 2.1 라이브러리로, 웹 서비스의 인증과 권한 부여를 담당하는 핵심 보안 구성요소입니다. 이는 단순한 데모나 프로토타입이 아닌,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코드였습니다.
“Claude의 결과물은 클라우드플레어 엔지니어들에 의해 철저히 검토되었고, 보안과 표준 준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바르다는 강조했습니다. 이는 AI가 생성한 코드라고 해서 품질이나 보안을 타협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투명성이 만든 새로운 가능성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 과정의 투명성입니다. 바르다는 Claude와 주고받은 모든 프롬프트를 Git 커밋 메시지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tastytrade의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맥스 미첼(Max Mitchell)은 이를 “인간-AI 협업의 고고학적 기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50여 개의 커밋을 모두 분석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기계적인 구현을 담당하는 동안 인간은 방향성, 맥락, 그리고 판단을 제공한다.”

효과적인 인간-AI 협업의 핵심 원칙들
미첼의 분석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서 발견된 효과적인 협업 패턴들이 있습니다:
예시를 통한 프롬프팅: 초기 프롬프트에는 라이브러리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지 보여주는 상당한 양의 코드 블록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추상적인 명세서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맥락적 피드백: 가장 효과적인 프롬프트들은 “현재 상태 설명 → 변경이 필요한 이유 → 구체적인 방향”이라는 일관된 패턴을 따랐습니다. 복잡한 지시사항이 아닌, 동료를 수정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피드백이었습니다.
문서화의 자동화: 단 한 문장의 프롬프트로 포괄적인 스키마 문서를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AI 모델들은 이런 문서 생성 작업에서 특히 뛰어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한계와 인간 개입의 필요성
하지만 이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약 20번째 커밋 지점에서 바르다는 직접 개입해야 했습니다. Claude가 클래스 선언을 제대로 이동시키지 못해 후속 커밋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또한 중복 코드 블록을 처리할 수 없어 grep과 sed 같은 bash 명령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바르다는 한 커밋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이건 손으로 직접 하는 게 더 빨랐을 텐데, 뭐 어쩌겠어.”
40번째 커밋 무렵부터는 수동 커밋이 빈번해졌습니다. 스타일링, 사용하지 않는 메소드 제거 등 AI 코딩 모델들이 여전히 어려워하는 정리 작업들이었습니다. AI가 코드의 95% 이상을 생성했지만, 전 과정에서 인간의 감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코드 리뷰와 보안 검토 과정 (출처: Unsplash)
개발자 커뮤니티의 반응과 통찰
해커뉴스의 한 개발자는 바르다가 Claude에게 설계 결함을 지적하여 보안을 개선한 커밋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를 것이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는 AI 지원 개발에서 인간 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이 사례는 생성형 AI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구조화된 워크플로우와 전문가 검토가 어떻게 LLM 활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연구가 되었습니다.
미래를 향한 상상: 프롬프트가 소스코드가 되는 날
미첼은 한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프롬프트 자체를 실제 소스코드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버전 관리 시스템에서 결과 구현물 대신 기능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 프롬프트를 커밋하는 것입니다. 모델이 개선되면 최신 버전에 연결하여 향상된 능력으로 전체 코드베이스를 재생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접근법은 비즈니스 로직을 본질적으로 자체 문서화하게 만들 것입니다.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 기능이 추가되었고 왜 추가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프롬프트는 애플리케이션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 지시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새로운 창조적 역학의 시작
이 OAuth 라이브러리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새로운 창조적 역학이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인공지능이 기계적인 구현을 담당하는 동안 인간은 방향성, 맥락, 그리고 판단을 제공하는 협업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인간 개입이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아직 AI가 독립적으로 이 수준의 라이브러리를 구현하는 단계와는 거리가 멀습니다. 거의 모든 기능이 다중 샷 프롬프팅을 필요로 했고, 일부 버그는 자동화된 수정 시도에 저항했으며, 특정 기능들은 수동으로 완성하는 것이 더 빨랐습니다. 그리고 모든 프롬프트를 만들고 전략적 방향을 제공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AI는 이 라이브러리에서 기능 코드의 대부분을 생성했습니다. Claude Code가 공개적으로 출시된 지 불과 2주 만에 이 수준의 협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또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망치와 달리, 이 도구는 스스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모든 상호작용에서 학습하고, 매번 반복할 때마다 더 유능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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