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뉴스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구글에서 뉴스를 검색한 후 각 언론사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습니다. 대신 ChatGPT와 같은 AI 도구에 직접 질문하여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미디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디지털 마케팅 인텔리전스 회사 Similarweb이 발표한 ‘생성형 AI가 퍼블리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구의 확산이 뉴스 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급격한 변화의 실상: 수치로 보는 뉴스 소비 패턴
구글 검색의 몰락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구글 검색을 통한 뉴스 사이트 방문률 급감입니다. 구글이 2024년 5월 AI 오버뷰 기능을 출시한 이후, 뉴스 검색에서 실제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로 클릭’ 비율이 56%에서 69%로 급증했습니다. 단 1년 만에 13%포인트나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곧 미디어사들의 유기적 트래픽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중반 23억 방문을 기록했던 뉴스 사이트들의 월간 방문자 수는 2025년 현재 17억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약 26%의 감소율입니다.
ChatGPT 뉴스 질의 폭발적 증가
반면 ChatGPT를 통한 뉴스 관련 질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8개월 동안 ChatGPT의 뉴스 관련 질의는 212% 급증했습니다.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흥미롭게도 ChatGPT가 뉴스 사이트로 보내는 리퍼럴 트래픽도 크게 늘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100만 건 미만이었던 ChatGPT 리퍼럴은 2025년 같은 기간 2,500만 건으로 25배 증가했습니다.
미디어사별 명암: 누가 AI 시대에 살아남고 있는가
ChatGPT 리퍼럴 트래픽 증가에도 불구하고, 모든 미디어사가 동등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Similarweb 보고서에 따르면 미디어사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곳은 로이터(Reuters)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습니다. 뉴욕 포스트(NY Post)는 7.1%,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6.5% 증가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경우입니다. ChatGPT 리퍼럴을 받는 상위 10개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증가율은 3.1%에 그쳤습니다. 이는 뉴욕 타임즈가 OpenAI를 상대로 무단 스크래핑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뉴스 주제별 AI 활용 트렌드의 변화
AI를 통한 뉴스 소비 패턴은 주제별로도 흥미로운 변화를 보입니다. 현재 주식, 금융, 스포츠 관련 질의가 ChatGPT 뉴스 질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날씨 등 다른 주제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Similarweb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반응적 정보 소비’에서 더 깊이 있는 ‘이슈 중심 참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합니다. 즉, 사람들이 AI를 통해 더 복잡하고 맥락적인 정보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 업계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미디어 업계는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최근 ‘오퍼월(Offerwall)’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퍼블리셔들이 광고 수익 외에도 마이크로페이먼트나 뉴스레터 구독 등 다양한 수익화 방안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많은 미디어 회사들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OpenAI CEO 샘 알트만은 최근 뉴욕 타임즈의 하드 포크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일부 직업군이 사라질 것이고, 전체 직업 카테고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사라지는 모든 직업은 사회와 경제 전체에는 좋을 수 있지만, 그 순간에는 매우 고통스럽다”고 인정했습니다.
한국 미디어 업계가 주목해야 할 시사점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는 한국 미디어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검색 엔진 최적화(SEO)에만 의존하던 기존 전략의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검색 순위가 높아도 실제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둘째, AI 도구와의 협력 관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ChatGPT 리퍼럴이 25배 증가한 것처럼, AI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참조하고 사용자를 유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콘텐츠의 차별화와 깊이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분석과 맥락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AI 시대에 더 큰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
AI가 뉴스 소비 패턴을 바꾸는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ChatGPT의 웹사이트 방문자가 지난 6개월 동안 52% 증가하고, 앱 사용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보면 이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미디어 업계는 AI를 적대시하기보다는 새로운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단순히 트래픽 증가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독자와의 더 깊은 관계 구축과 다양한 수익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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