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많은 링크 중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 헤매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대신 AI 챗봇에게 직접 질문하고 즉시 답변을 받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인텔리전스 플랫폼인 Similarweb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뉴스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트렌드를 넘어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합니다.
수치로 보는 뉴스 소비의 대변화
Similarweb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변화의 규모는 놀랍습니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단 1년 동안 ChatGPT에서 뉴스 관련 프롬프트가 80%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Google에서의 동일한 유형의 검색은 25% 감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호도 변화가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ChatGPT의 영국 사용자 기반은 지난 1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으며, 모바일 앱 사용자는 146% 증가했습니다. 웹 사이트 방문자 수도 100%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사용자들의 니즈 변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한 헤드라인이 아닌 맥락과 의미를 원합니다. 빠르고 개인화된 답변을 원하며, 복잡한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싶어합니다.
정치 뉴스 영역에서의 AI 활용 급증
모든 뉴스 카테고리 중에서도 정치 관련 프롬프트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2025년 연초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람들은 ChatGPT에게 단순히 정치 뉴스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정치적 상황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변화는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영국의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인 피터 카일(Peter Kyle)은 미디어 대응 준비와 연구 전략 수립에 ChatGPT를 활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AI가 정치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우려도 따릅니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언어 모델들이 종종 정치적 편향을 반영하는 답변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해를 위해 ChatGPT에 의존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은 편향이 확산될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통 미디어의 위기: 제로클릭 검색의 급증
Google이 2024년 8월 AI 개요(AI Overviews)를 출시한 이후, 검색 결과에서 바로 답변을 얻는 ‘제로클릭 검색’이 급증했습니다. 영국에서 제로클릭 뉴스 쿼리 비율은 단 9개월 만에 56%에서 65%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사용자들이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답변을 얻고 실제 뉴스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심각합니다. 영국 뉴스 사이트들의 월간 방문자 수가 2억 회 이상 감소했습니다. 과거에는 Google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것이 트래픽 증가를 보장했지만, 이제는 높은 순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이트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Reuters Institute의 2025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인들은 AI가 뉴스 제작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동시에 투명성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AI 시대의 저널리즘이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미디어 업계의 적응 전략: 성공과 실패 사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미디어 업계의 전략은 다양합니다. 일부 영국 언론사들은 ChatGPT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사용하거나 링크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적 접근법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반면 가디언(The Guardian)은 적극적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ChatGPT에서 영국 뉴스 사이트로의 추천 트래픽 중 거의 3분의 1을 가디언이 차지했습니다. 이는 AI 친화적인 콘텐츠 구조와 명확한 정보 제공에 집중한 결과입니다.
흥미롭게도 BBC와 같은 대형 언론사들은 AI 추천 트래픽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소싱 제한과 AI 플랫폼과의 파트너십 부족으로 분석됩니다.
성공하는 미디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구조화된 콘텐츠 제작: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정보를 구조화하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복잡한 정보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검증된 출처를 명시합니다.
플랫폼 우선 전략: 전통적인 SEO 최적화를 넘어 AI 응답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이는 기존의 키워드 중심 접근법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입니다.
신뢰성 강화: AI 시대에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사용자들은 요약된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그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을 중시합니다.
한국 미디어 환경에 주는 시사점
영국의 사례는 한국 미디어 환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ChatGPT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AI 기반 정보 소비에 대한 높은 수용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주의해야 할 점들도 있습니다. Statista의 2025년 2월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뉴스 목적으로 AI 챗봇을 사용하는 비율은 연령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젊은 세대의 활용도가 높은 반면, 기성세대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Reuters Institute의 2025년 보고서는 한국 미디어 환경의 지속적인 과제를 지적합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뉴스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AI 기술 도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한국의 언론사들이 영국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 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변화를 선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디언의 사례처럼 AI 친화적인 콘텐츠 전략을 일찍 도입한 기업들이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기술적 적응과 저널리즘 원칙의 균형: AI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정확성, 공정성,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자와의 새로운 소통 방식: AI 시대의 독자들은 더 개인화되고 맥락화된 정보를 원합니다. 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이 필요합니다.
AI 시대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
ChatGPT와 같은 AI 도구들이 정치 뉴스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변화입니다. 영국에서 이미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AI를 뉴스 소비의 첫 번째 창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정치 뉴스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전통 미디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를 이해하고 사용자들이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맞춰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느냐입니다. 영국의 경험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며, 준비된 기업들만이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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