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오랫동안 ‘칫솔 테스트’라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만든 이 기준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사용자가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사용할 만큼 좋은 제품인가?” YouTube, Gmail, Android 같은 구글의 주요 제품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통과한 것들이었죠.
하지만 AI 에이전트 시대가 열리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Every의 CEO 댄 쉬퍼(Dan Shipper)가 최근 발표한 칼럼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매직 미니멀(Magic Minimum)’이라는 새로운 성공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월 1-2회만 사용해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칫솔 테스트가 만든 소프트웨어 세상의 한계
칫솔 테스트는 인간의 기억 한계라는 심리학적 사실에 기반합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쉽게 잊혀진다는 것이죠. 아무리 훌륭한 전문 도구가 있어도, 가끔씩만 필요한 기능이라면 사용자들은 그 존재를 잊고 대신 노션이나 엑셀의 기본 기능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소프트웨어 시장은 몇 개의 거대한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제품들로 통합되었습니다. 전문화된 틈새 도구들은 인터넷 구석에서 근근이 생존할 뿐, 큰 성장은 어려웠죠.
매직 미니멀: AI 에이전트가 바꾸는 게임 룰
AI 에이전트는 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핵심은 능동성(proactivity)에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억해서 실행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작업하고 가치 있는 결과가 나왔을 때 사용자에게 알려줍니다.
댄 쉬퍼는 자신들이 개발한 AI 글쓰기 도구 Spiral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합니다. Spiral은 Every 팀의 디스코드 대화를 매일 분석하여 트위터 콘텐츠 아이디어를 자동으로 제안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 기능이 없었다면 Spiral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들이 더 나쁘더라도 ChatGPT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하지만 능동적인 에이전트는 잊혀지기 훨씬 어렵습니다.”
전문 서비스 모델의 디지털화
매직 미니멀이 작동하는 방식은 전문 서비스 업계와 매우 유사합니다. 치료사, 치과의사, 회계사 등은 매일 만나지 않지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고객을 기억하고 필요할 때 먼저 연락한다는 것입니다.
AI 에이전트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Every에서 개발한 파일 정리 앱 Sparkle이 좋은 예시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Mac을 정리해 줍니다.
AI 비즈니스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
매직 미니멀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AI 비즈니스 생태계에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문화된 AI 도구들이 틈새 시장에서도 충분히 큰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Gartner에 따르면 2024년 현재 AI 에이전트들은 자율적 또는 반자율적으로 작동하며 AI 기술을 활용해 인식, 의사결정, 행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능동적 특성이 바로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물론 ChatGPT 같은 일일 사용 제품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이 유일한 성공 공식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매직 미니멀을 충족하는 AI 에이전트라면 존재할 권리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공 공식의 핵심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의 성공 공식은 사용 빈도가 아니라 가치 제공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능동적으로 작동하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명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는 AI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의미합니다. 더 이상 모든 기능을 하나에 담은 거대한 플랫폼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하는 전문 AI 도구들도 충분히 큰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참고자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