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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에 등장한 AI 모델, 패션계를 뒤흔들다 – 창작의 가치와 기술 발전의 딜레마

패션계의 성서로 불리는 Vogue 매거진 8월호에 AI로 생성된 모델이 등장해 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창작 산업에서 AI 기술 도입이 가져오는 윤리적, 경제적 쟁점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작점

Guess 광고에 등장한 AI 생성 모델 이미지
Guess 광고에 등장한 AI 생성 모델. 완벽한 외모와 매끄러운 피부가 특징이다. (출처: BBC)

지난 7월, TikTok 사용자 @lala4an이 올린 영상 하나가 패션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영상 속에는 Vogue 8월호에 실린 Guess 브랜드의 광고가 담겨 있었는데,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아름다운 모델 사진 한구석에 작은 글씨로 “Produced by Seraphinne Vallora on AI”라고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상은 3일 만에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셜미디어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이건 예술과 패션, 문화에 대한 전쟁이다”, “실제 모델링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 안 된다”는 댓글들이 쏟아졌고, Vogue와 Guess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타났습니다.

AI 모델 제작사 ‘Seraphinne Vallora’의 정체

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Seraphinne Vallora’라는 AI 모델 제작 회사입니다. 건축가 출신인 25세 발렌티나 곤잘레스(Valentina Gonzalez)와 안드레아 페트레스쿠(Andreea Petrescu)가 2년 전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5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22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eraphinne Vallora 창립자들
Seraphinne Vallora 창립자 안드레아 페트레스쿠(왼쪽)와 발렌티나 곤잘레스(오른쪽). (출처: BBC)

두 창립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자신들의 주얼리 브랜드를 위해 실제 모델을 고용할 여유가 없어 AI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를 보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서 같은 작업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안드레아는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AI 이미지 생성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완성된 제품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리며, Guess 같은 클라이언트에게는 최대 6자리 수의 비용을 청구한다고 밝혔습니다.

Guess의 선택과 업계의 반응

이번 AI 모델 캠페인은 Guess의 공동창립자 폴 마르시아노(Paul Marciano)가 직접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취해 시작되었습니다. 발렌티나에 따르면, 마르시아노는 “기존 모델들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고 합니다.

“폴은 우리에게 매우 명확하게 말했어요. ‘모델들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제품 캠페인이 너무 많아서 계획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간 몇 개의 캠페인만 할 수 있다. 반면 AI는 더 빠를 수 있다. 여행 준비나 허가 등이 필요 없다’”고 발렌티나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10년 이상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해온 펠리시티 헤이워드(Felicity Hayward)는 “게으르고 값싸게 느껴진다”며 “Guess가 화제를 만들어 무료 홍보를 얻거나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미용 기준과 다양성에 대한 우려

펠리시티 헤이워드
플러스 사이즈 모델 펠리시티 헤이워드는 AI 모델 사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Getty Images)

이번 논란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용 기준과 다양성 문제입니다. 2010년대 패션계는 트랜스젠더 모델, 히잡을 착용한 모델,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주요 브랜드 캠페인에 등장하는 등 포용성 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다양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헤이워드는 “AI 모델 사용은 또 다른 타격이며, 특히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Seraphinne Vallora의 창립자들도 이런 비판을 인정합니다. 이들은 다양한 피부색의 여성들을 AI로 생성해 인스타그램에 올려봤지만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도 비즈니스이고, 대화를 만들어내고 고객을 가져다주는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사용한다”고 발렌티나는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플러스 사이즈 여성의 AI 모델 생성에 대한 이들의 입장입니다. “기술이 아직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

5년 전 Vogue에 AI가 모델링을 대체할 위험성에 대한 글을 쓴 전직 모델이자 현재 기술 기업가인 시니드 보벨(Sinead Bovell)은 AI 콘텐츠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는 것이 “매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미용 기준은 이미 AI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필터 속 얼굴을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어린 소녀들이 있는데, 이제는 완전히 인공적인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라고 그녀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직 모델이자 Model Alliance 창립자인 사라 지프(Sara Ziff)는 Guess의 AI 캠페인이 “혁신이라기보다는 절망과 비용 절감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AI가 패션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미 있는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gue의 입장과 업계의 미래

Vogue 측은 이번 광고가 편집진의 결정이 아닌 광고주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추가적인 논평은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보벨은 Vogue가 “패션 업계의 대법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AI 광고 게재를 허용한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이를 수용 가능한 것으로 판결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Seraphinne Vallora는 실제 모델들의 AI 트윈(쌍둥이)을 만드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발렌티나는 “슈퍼모델이나 모델이라면, 동시에 두 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트윈을 만들고 싶어할 수 있다”며 “중국과 마이애미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변화하는 패션계의 현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광고를 넘어서 전체 패션 업계가 직면한 기술적 변화와 그에 따른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AI 기술이 가져다주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모델들의 일자리와 다양성을 향한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이 후퇴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TikTok을 통해 이런 변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현실과 창의성, 자유와 경이로움”을 원하며 “인간이 만든 예술”을 갈망한다고 The Cut은 분석했습니다.

보벨은 미래에 대해 “모든 모델이 AI로 만들어지는 미래로 향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너무 달성 불가능하고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회가 AI 모델에 관심을 갖지 않는 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패션계의 이번 변화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효율성과 완벽함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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