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테일 거대 기업 H&M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실제 모델들의 디지털 ‘트윈'(복제본)을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소식이 패션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는 시대에, 이번 H&M의 결정은 패션 업계의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모델 ‘트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M은 30명의 실제 모델들의 동의를 받아 AI로 생성된 디지털 ‘트윈’을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 포스팅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 디지털 트윈은 실제 모델의 여러 각도와 다양한 조명 조건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AI에 입력하여 생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모델은 원본 인물의 참여 없이도 다양한 포즈와 스타일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H&M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출처: Getty Images)
중요한 점은 모델들이 자신의 디지털 복제본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며, H&M과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될 때마다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모델 계약과 유사한 방식으로, 에이전트가 합의한 요율에 따라 이미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는 구조입니다.
H&M은 초기에는 이 AI 생성 이미지를 주로 소셜 미디어 포스팅에 활용할 계획이며, AI 사용을 명확히 표시하기 위한 워터마크도 적용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는 AI로 생성된 사실적인 콘텐츠에 대해 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 혁신과 우려 사이에서
H&M의 이번 결정은 패션 마케팅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촬영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다양한 시장과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기술이 가져올 직업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루언서 모건 리들(Morgan Riddle)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H&M의 결정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며, “촬영장에서 일하는 다른 모든 직업들에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AI와 패션의 융합 (출처: Getty Images/Inc.com)
실제로 AI가 제작 과정을 대체할 경우,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명 담당자,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촬영에 관련된 많은 전문가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우려 사항입니다.
영국의 패션 모델을 대표하는 트레이드 유니온 에퀴티(Equity)의 폴 W. 플레밍(Paul W Fleming) 사무총장은 “모델이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과 공정한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조 협약과 법률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BBC에 밝혔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의 AI 활용 현황
H&M만이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휴고 보스(Hugo Boss)와 리바이스(Levi Strauss & Co) 등의 패션 기업들도 제품 이미지에 생성형 AI를 실험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리바이스의 경우, 2023년에 “다양성 증진”을 위해 AI 생성 모델 이미지를 시험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비판이 제기된 후 실제 모델과의 포토슈팅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AI 모델의 장단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패션 산업에서 AI 모델 활용은 분명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효율성과 비용 절감: 전통적인 패션 촬영은 물류, 인력, 장소 대여 등 많은 비용을 수반합니다. AI 모델을 활용하면 이러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확장성과 빠른 대응: 다양한 시장과 문화에 맞춘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의 지역화 전략에 유용합니다.
- 모델에게 새로운 수익원: 실제 모델들이 디지털 트윈의 권리를 보유하고 사용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면, 이는 추가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마치 시차 없는 나 같아요”라고 모델 마틸다 그바를리아니(Mathilda Gvarliani)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 공유된 H&M 이미지에서 언급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 일자리 감소 우려: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명 기술자 등 패션 촬영에 관련된 많은 직업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창의성과 인간적 요소의 감소: 패션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에 기반합니다. AI가 이런 측면을 완전히 포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 불공정한 계약 우려: 에퀴티의 플레밍은 “모델들이 여전히 소유권과 공정한 보상에 대한 권리를 거부하는 불공정한 계약에 서명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균형 잡힌 발전이 필요
H&M은 이번 조치가 “인간 중심적 접근 방식”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기술 발전과 인간의 창의성,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앞으로 AI가 패션 산업에 더 깊이 통합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명확한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AI 생성 이미지의 사용, 보상, 권리에 관한 업계 표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투명성 강화: 소비자들이 실제 인물과 AI 생성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명확한 표시가 필요합니다.
- 공정한 보상 체계: 모델과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AI 시대에도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H&M은 스웨덴 기술 기업 언컷(Uncut)과 함께 모델의 AI 이미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컷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대형 브랜드가 구식 제작 방식에 작별을 고하도록 돕고” 콘텐츠 제작을 “더 간단하고, 스마트하며, 더 저렴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패션 산업이 어떻게 균형을 찾아갈지, 그리고 AI와 인간 창의성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변화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직업 환경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비자와 패션 산업의 미래
AI 모델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편으로는 더 다양하고 개인화된 패션 콘텐츠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패션 이미지가 주는 진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패션 산업은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디지털 사진, 온라인 쇼핑,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 모든 혁신은 초기에는 우려와 저항을 불러일으켰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을 확장하고 변화시켰습니다. AI 모델의 도입도 이러한 진화의 한 단계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인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열린 대화와 공정한 규칙 제정이 필수적입니다.
H&M의 이번 AI 모델 도입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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