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Wikipedia 대안으로 내놓은 Grokipedia.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편향 없는 지식을 제공한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접속해보니 단순히 X 검색 페이지로 연결되는 껍데기였습니다.

핵심 포인트:
- Wikipedia 편향 공격의 연장선: 2023년부터 머스크는 Wikipedia를 “Wokepedia”라 부르며 10억 달러 기부 조건으로 이름 변경을 조롱. Grokipedia는 이런 공격의 구체화
- 약속은 화려했지만 현실은 초라: AI 실시간 업데이트, 편집 전쟁 없는 오픈소스 백과사전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X 검색 결과만 보여주는 리다이렉트 페이지 수준
- AI vs 커뮤니티의 근본적 한계: Wikipedia의 핵심은 1,500만 등록 사용자와 교차 검증 시스템. 하나의 AI(그것도 X 데이터 기반)로 대체하려는 시도의 구조적 문제점 노출
Wikipedia를 향한 2년간의 전쟁
머스크의 Wikipedia 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10월, 그는 Wikipedia에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며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죠. 사이트 이름을 “Dickipedia”로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진지한 제안이 아니라 노골적인 조롱이었습니다.
이후 머스크는 반복적으로 Wikipedia를 “Wokepedia”라 부르며 좌파 편향을 비판했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팔로워들에게 Wikipedia 기부를 보이콧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죠. Wikipedia의 편집 권한이 계층적이고 고위 편집자들의 편향에 좌우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9월 30일, 머스크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Grokipedia를 만들고 있다. Wikipedia보다 대폭 개선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우주를 이해하려는 xAI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단계다.” 10월 5일에는 2주 내 조기 베타 버전 출시를 예고했고, 10월 21일 grokipedia.fun/en이 공개됐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Analytics Vidhya의 실제 테스트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첫 테스트는 “Elon Musk” 검색이었습니다. 자신의 서비스가 창업주를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하는 리트머스 테스트죠. 결과는? X의 검색 페이지로 바로 연결됐습니다. 그것도 첫 번째로 뜬 게시물이 일론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사칭하는 계정이었습니다.
두 번째 테스트는 더 심각했습니다. “Holocost”라고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입력했죠. Wikipedia는 즉시 “Holocaust”를 의미하는지 물어보며 올바른 결과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Grokipedia는? 오류를 감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검색어로 X 검색만 실행했습니다. 수년 전 검색 엔진들이 이미 해결한 기본적인 오타 수정조차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Grokipedia는 사실상 X 검색 인터페이스의 껍데기입니다. AI가 정보를 생성하거나 편집하는 기능은 전혀 없습니다. 실시간 업데이트도, 편집 전쟁 해결도, 오픈소스 협업도 없습니다. 그냥 X로 보내는 링크만 있을 뿐입니다.
AI 하나로 커뮤니티를 이길 수 있을까
문제는 단순히 개발이 덜 된 베타 버전이라는 점만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설계 철학에 균열이 있습니다.
Wikipedia의 강점은 숫자에서 나옵니다. 영어 Wikipedia만 해도 약 1,500만 명이 계정을 등록했고, 지난 30일간 11만 명 이상이 실제로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편집을 검토하고, 토론하고, 출처를 확인합니다. 편집 전쟁도 벌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합의된 중립성이 만들어집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수백만 개의 눈이 감시하는 시스템입니다.
Grokipedia는 이 모든 걸 하나의 AI로 대체하려 합니다. 그것도 X의 게시물로 학습된 Grok으로요. X는 실시간 정보의 보고일 수 있지만, 동시에 허위정보와 편향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GitHub Copilot 팀이 Grok의 “다단계 추론 능력”을 칭찬했지만, X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머스크는 Wikipedia의 편향을 비판했지만, 단일 AI 시스템이 더 공정할 수 있을까요? 알고리즘의 편향은 훨씬 더 보이지 않고, 수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커뮤니티는 투명하게 싸우지만, AI는 조용히 틀립니다.
진짜 실험인가, 마케팅인가
Grokipedia는 진지한 프로젝트일까요, 아니면 Wikipedia를 압박하기 위한 마케팅 스턴트일까요? 아마 둘 다일 겁니다.
xAI는 수십억 달러 투자를 받은 실제 기업이고, Grok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지식 큐레이션은 풀어야 할 진짜 문제이기도 하죠. 하지만 “Dickipedia” 제안이나 “Wokepedia” 비난을 보면, 이게 순수한 기술 프로젝트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로 봤을 때 Grokipedia는 Wikipedia를 대체하기는커녕, Wikipedia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쌓인 커뮤니티의 지혜를 AI 하나로 복제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당분간 우리는 계속 Wikipedia를 쓸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검색어 오타는 잡아주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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