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에 돈이 쏟아지는 지금, 정작 업계 안에서는 누가 살아남을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AI 컨퍼런스에서 투자자들에게 “어떤 스타트업에 공매도를 걸겠냐”고 물었더니, Google을 위협하겠다던 Perplexity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Cerebral Valley AI Conference에서 컨퍼런스 주최자이자 독립 저널리스트인 Eric Newcomer가 300명 이상의 AI 창업자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0억 달러 이상 밸류에이션을 받은 AI 스타트업 중 어떤 회사가 망할 것 같냐”는 질문에 Perplexity가 1위, OpenAI가 2위를 차지했죠.
출처: At an AI Conference, Attendees Were Asked Which Startup They Would Short – Business Insider
몇 달마다 펀딩, 140억에서 500억 달러로 치솟는 밸류에이션
Perplexity가 1위에 오른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회사는 몇 달마다 새로운 펀딩 라운드를 진행하며 밸류에이션이 140억 달러에서 최고 500억 달러까지 요동치고 있습니다. Business Insider는 최근 “투자자들이 Perplexity의 끝없는 펀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죠.
투자자들은 이런 급격한 자금 조달과 불안정한 밸류에이션을 과열의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AI 검색으로 Google을 위협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Google을 뛰어넘으려면 AI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참석자는 “검색은 단순히 답변이 아니라 속도, 연관성, 생태계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Google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글로벌 데이터, 신뢰성, 인프라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Perplexity 대변인 Jesse Dwyer는 이 설문조사에 대해 “비판적인 밸리 컨퍼런스(judgmental valley conference) 같네요”라고 농담으로 응수했습니다.
OpenAI도 2위: AI 혁명의 주역조차 의심받는다
더 놀라운 건 OpenAI가 2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ChatGPT로 AI 혁명을 이끈 OpenAI조차 실패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죠. 1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1조 4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투자자 Brad Gerstner가 샘 올트먼에게 “130억 달러 매출 회사가 어떻게 1조 4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할 수 있냐”고 묻자, 올트먼은 “당신 주식 팔고 싶으면 내가 사줄 사람 찾아줄게. 그만하자”고 응수했던 적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컨퍼런스에서 “어떤 회사에 투자하고 싶냐”는 반대 질문에서는 Anthropic이 1위를 차지했고, OpenAI와 Perplexity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돈은 쏟아지지만 확신은 부족한,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AI 버블 속에서 살아남는 법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우리가 AI 버블 안에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Kleiner Perkins의 파트너 Ilya Fushman은 “모든 기술 사이클은 정의상 버블”이라며 “진짜 질문은 어떤 회사들이 살아남아 얼마나 커질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솔로 VC Elad Gil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을 예로 들며 “몇십 개가 거대해지고, 극소수가 정말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고, 나머지는 어떤 식으로든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죠.
Perplexity가 다음 Google이 될지, 아니면 잊힌 검색엔진 Altavista처럼 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분명한 신호를 보냅니다. AI 업계에 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진짜 살아남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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