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걸리던 프로젝트가 일주일로 줄었습니다. 며칠 걸리던 테스트 코드 작성이 몇 시간으로 단축됐죠. 이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제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0년 경력의 개발자 Martin Alderson이 자신의 블로그에 AI 에이전트 코딩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90% 가까이 떨어뜨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SaaS의 등장, 모바일 앱으로의 대전환, 블록체인 열풍 등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의 변화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2026년이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입니다.
출처: Has the cost of building software just dropped 90%? – Martin Alderson
어디서 90%가 줄어드는가
회사 내부 도구를 만드는 평범한 프로젝트를 떠올려보세요. 이전에는 작은 팀이 CI/CD 설정부터 시작해 데이터 접근 패턴을 구축하고, 핵심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수많은 CRUD 페이지와 대시보드를 만들고, 테스트 코드를 작성해 한 달쯤 뒤에 출시했죠.
문제는 직접적인 작업 시간만이 아닙니다. 팀원이 많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스탠드업 미팅, 티켓 관리, 코드 리뷰,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간 핸드오프, 누군가가 블로킹을 풀어주길 기다리는 시간. 실제 코딩은 전체 시간의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Alderson은 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 코딩 CLI를 사용하면 이 모든 것이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실제로 제법 복잡한 내부 도구를 위한 300개 이상의 유닛/통합 테스트를 Claude Code가 몇 시간 만에 작성하는 걸 봤습니다. 본인이나 존경하는 동료 개발자들이 직접 작성했다면 며칠은 걸렸을 작업이었죠.
한 달 걸리던 프로젝트가 이제 일주일이면 끝납니다. 사고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구현 시간이 붕괴했습니다. 팀 규모가 작아지면서 브룩스의 법칙(Brooks’s Law)의 역효과도 사라집니다. 사람이 늘면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가 증가하는 대신, 이제는 소수의 사람들이 한 자릿수 규모로 더 많은 걸 해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수요가 폭발한다
겉보기엔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에 무척 나쁜 소식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경제학은 다르게 말합니다.
Jevons 역설은 무언가를 생산하는 비용이 저렴해지면, 같은 양을 더 싸게 만드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만들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전기 조명을 예로 들면, 양초와 가스등 판매는 줄었지만 전체 인공 조명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용해보면, 잠재 수요가 엄청납니다. 모든 조직에는 중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추적하는 엑셀 시트가 수백, 수천 개씩 있습니다. 이걸 SaaS 앱으로 만들어달라고 에이전시에 견적을 받으면 5만 달러(약 7천만 원)가 나옵니다. 필수적인 것만 만들어지죠. 하지만 개발자 + AI 도구로 5천 달러(약 700만 원)면 가능하다면? 갑자기 훨씬 더 많은 수요가 나타납니다.
도메인 지식이 유일한 해자
그렇다면 개발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도 여전히 AI 에이전트를 ‘보모처럼’ 관리하는 인간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에이전트의 작업을 확인하고, 접근 방식을 제안하며, 잘못된 방향을 미리 차단하는 역할이죠. 순수하게 AI에만 맡기면 금방 엉망이 되지만, 사람이 개입하면 놀라울 정도로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매우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완전히 숙달한 개발자는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도메인과 산업 지식이 거대한 레버가 되는 거죠. 프로젝트에 어떤 아키텍처가 최선인지, 어떤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가 가장 잘 작동하는지 아는 것 말입니다.
여기에 비즈니스 도메인 이해까지 더하면 신화 속 ’10배 엔지니어’가 현실이 됩니다. 비즈니스 도메인 전문가와 의욕 넘치는 개발자가 이 도구들로 짝을 이루면 엄청나게 강력한 조합이 되는데, Alderson은 이게 꽤 흔해질 거라고 봅니다. 비즈니스 전문가 한 명과 개발자 여러 명으로 구성된 ‘스쿼드’ 대신, 두세 명의 훨씬 긴밀한 팀이 나타나는 거죠.
이런 조합은 믿을 수 없이 빠른 반복을 가능하게 합니다. 소프트웨어가 거의 일회용품이 됩니다. 방향이 잘못됐다면 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죠. 어려운 건 개념적 사고이지 타이핑이 아닙니다.
2026년이 전환점
에이전트와 모델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lderson은 벤치마크가 이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Opus 4.5는 10-20분짜리 긴 세션을 완전히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GB200 GPU에 쏟아부은 수천억 달러의 자본 투자 결과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고, 곧 더 새로운 모델들이 이것들조차 구식으로 만들 겁니다.
그런데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이 변화에 저항합니다. LLM이 너무 많은 실수를 한다거나, 특정 프레임워크를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시간을 절약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빠르게 완전히 틀린 것이 되고 있습니다. Alderson은 이게 2007년 아이폰을 무시했던 데스크톱 엔지니어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그 결과를 알고 있죠. 네트워킹이 좋아지고, 폰이 훨씬 빨라졌으며, 모바일 운영체제가 매우 강력해졌습니다.
엔지니어들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룻밤에 바뀌진 않을 겁니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뒤처져 있고, 벤더 승인과 관리 구조의 관료주의에 갇혀 작은 경쟁자들에게 취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나 팀에서 일하고 이 도구들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면 사용해야 합니다. 일자리는 바뀔 겁니다. 소프트웨어는 항상 변해왔으니까요. 다만 이번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변할 겁니다. 2026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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