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한 개발자가 10개의 AI 에이전트 세션을 동시에 돌리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생산적인 적이 없었어”라고 말하며 코드가 쏟아지는 화면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Python 개발자 Armin Ronacher가 이 장면에서 본 건 생산성이 아닙니다. 컴퓨터에서 잠시 떨어져야 할 사람을 봤죠.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저런 모습일 때가 얼마나 자주일까?”

Ronacher가 블로그에 “Agent Psychosis: Are We Going Insane?”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AI 코딩 에이전트의 급속한 확산이 개발자 커뮤니티에 만들어낸 중독 현상을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Ars Technica의 Benj Edwards도 두 달간 50개의 AI 프로젝트를 만들며 겪은 번아웃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출처: Agent Psychosis: Are We Going Insane? – Armin Ronacher
너무 쉬워서 위험하다
Edwards는 2007년에 노트에 스케치했던 2인용 테트리스 게임 사진을 Claude Code에 보여줬습니다. 5분 만에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나왔죠. 1년짜리 개인 프로젝트가 5분 세션으로 끝났습니다. 놀랍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합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뭐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죠.” Ronacher는 Claude를 처음 사용했을 때를 회상합니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두 달 동안 수많은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죠. 실제로 사용하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을.
Edwards도 똑같았습니다. COVID로 침대에 누워 있던 2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15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게 중독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계속 물었죠. “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문제는 도구가 너무 쉽게 답을 준다는 겁니다. 버튼만 누르면 코드가 쏟아지니까, “이게 좋은 코드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잊어버립니다. Edwards는 이를 “90% 문제”라고 부릅니다. 첫 90%는 빠르고 놀랍지만, 실제로 쓸 만한 수준으로 만드는 마지막 10%는 지루한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중독된 개발자는 마지막 10%를 건너뛰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갑니다. 도파민이 그쪽에 있으니까요.
판단력을 AI에게 넘기는 순간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 판단력을 AI에게 외주 준다는 겁니다. Ronacher는 이를 “슬롭 루프(slop loop)”라고 부릅니다. AI 에이전트에게 모든 걸 맡기고 비판적 사고 없이 코드를 받아들이는 패턴이죠.
Steve Yegge의 프로젝트 Beads가 극단적인 예시입니다. 에이전트용 이슈 트래커인데, GitHub 저장소에서 마크다운 파일을 관리하는 데 24만 줄의 코드가 필요합니다. 코드 품질은 형편없고, 문서조차 AI가 생성한 것처럼 읽힙니다. 버전을 확인하는 데 subprocess를 7번 호출하고, doctor 명령은 아예 타임아웃됩니다.
“외부에서 보면 Gas Town은 매드맥스 컬트처럼 보입니다.” Ronacher의 평가입니다. “전체 프로젝트가 집단 정신병이나 광기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죠.”
더 무서운 건 이런 프로젝트를 둘러싼 커뮤니티입니다. Discord나 X의 일부 AI 빌더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적 사고 없이 서로의 창작물을 칭찬하며 열광합니다. 집단 전체가 서로의 중독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겁니다. 혼자였다면 “이거 이상한데?”라고 의심했을 행동도, 다들 하니까 괜찮다고 느낍니다.
비대칭의 잔인함
AI가 생성한 코드는 작성자에겐 1분이지만, 검토자에겐 1시간입니다. Ronacher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유지보수자로서 이 비대칭성이 얼마나 잔인한지 토로합니다.
“풀 리퀘스트를 제출한 사람은 기분이 좋습니다.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받는 건 거절과 좌절뿐입니다. 그들의 AI 동료는 괜찮다고 말해줬는데 말이죠.”
일부 프로젝트는 이제 코드 대신 프롬프트를 제출하라고 요구합니다. 다른 사람이 생성한 코드보다 자신이 직접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게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AI 생성 풀 리퀘스트 속에서, 유지보수자들은 어떤 게 진짜 기여이고 어떤 게 1분짜리 슬롭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건 코딩만의 문제가 아니다
Edwards는 50개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AI 도구 때문에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질 거예요.”
증기 삽이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손 삽보다 빠르게 구멍을 팔 수 있었지만, 기계는 24시간 일할 수 있고 인간은 먹고 자고 쉬어야 합니다. 결국 인간 작업자는 더 바빠졌죠. AI 코딩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으니, 경제는 더 많은 생산성을 요구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코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AI가 글쓰기, 디자인, 분석, 기획 등 모든 창작과 업무 영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같은 패턴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도구가 쉽게 답을 주니까 판단력을 끄게 되고, 속도에 중독돼서 품질을 놓치고, 커뮤니티가 서로를 강화하면서 집단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패턴이죠.
Edwards는 경고합니다. “3D 프린터를 생각해보세요. 버튼 하나로 뭔가를 출력할 수 있다는 게 대량 생산 준비가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짜 새로운 걸 만들려면 여전히 경험과 인내, 그리고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능력
Ronacher와 Edwards 모두 AI 도구를 사랑하고 매일 사용합니다. 러다이트(Luddite)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건 명확합니다.
“AI 에이전트는 놀랍고 생산성을 크게 높입니다. 하지만 뇌를 끄고 완전히 내버려두면 엄청난 쓰레기 제조기가 됩니다.” Ronacher의 말입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역설적으로 AI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좋은가?”, “이게 정말 필요한가?”, “내가 지금 판단력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죠.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우리의 비판적 사고가 더 중요해집니다.
Edwards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AI 코딩 에이전트는 도구이지 직원이 아닙니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증폭기죠. 증폭기는 좋은 것도 증폭하지만 나쁜 것도 증폭합니다.”
결국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건 우리 자신이 중독됐다는 걸 아는 것입니다. Ronacher가 새벽 3시의 개발자를 보며 한 질문이 핵심입니다. “내가 저런 모습일 때가 얼마나 자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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