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검색에서 공항 주차 정보를 찾으면 AI가 바로 답을 알려줍니다. 편리하죠.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Wikipedia나 뉴스 기사를 요약하면 어떻게 될까요? 원본 사이트는 트래픽을 잃고, 콘텐츠 창작자는 수익을 잃습니다. AI 검색이 콘텐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O’Reilly Media 창립자 Tim O’Reilly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모든 콘텐츠를 똑같이 취급하는 현재 AI 검색 방식을 비판하며, 콘텐츠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법규제보다는 AI 기업들의 자율적 규범(norms) 확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출처: AI Overviews Shouldn’t Be “One Size Fits All” – O’Reilly Radar
콘텐츠는 3가지로 나뉜다
O’Reilly는 콘텐츠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크롤링 환영’ 콘텐츠입니다. 공항 주차 정보나 영업시간처럼 정보 전달이 목적인 경우죠. 이런 사이트는 수익화가 목적이 아니라서 AI가 직접 답을 제공해도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사용자가 여러 페이지를 클릭하지 않아도 되니 모두에게 이득입니다.
두 번째는 ‘뉘앙스가 필요한’ 콘텐츠입니다. Wikipedia, GitHub, Stack Overflow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방문자 트래픽이 있어야 기여자와 편집자가 생겨납니다. AI가 답만 뽑아가면 이 선순환이 깨집니다. O’Reilly는 단순한 사실 질문(“헤이스팅스 전투는 언제?”)엔 답만 주되, 복잡한 주제는 “Wikipedia에 따르면…”으로 시작해 원문 링크를 제공하고, 논쟁적인 주제는 “복잡성과 진행 중인 논쟁을 고려할 때, 전체 글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라고 안내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세 번째는 ‘절대 금지’ 콘텐츠입니다. 유료 구독 뒤에 있는 기사를 몰래 크롤링하는 건 명백한 침해입니다. 하지만 많은 AI 기업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죠.
법이 아니라 규범으로
흥미로운 건 O’Reilly가 법규제보다 자율규제를 먼저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Larry Lessig의 거버넌스 4요소(법, 규범, 시장, 아키텍처)를 인용하며, “무엇이 합법인가”보다 “무엇이 정상이어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운전자들이 과속 표지판 없이도 학교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것처럼, AI 기업들도 상식적 구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는 콘텐츠 제공자에게 “크롤링 금지” 태그를 달라는 식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지만, AI 기업들이 콘텐츠 성격을 판단해 적절히 대응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는 자신의 오픈소스 경험을 예로 듭니다. Unix와 웹은 “참여의 아키텍처”를 가졌기에 번성했습니다. 작은 조각들이 간단한 통신 프로토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누구나 규칙만 따르면 기여할 수 있었죠. 마치 같은 방향으로 운전하는 것처럼 자가 집행되는 규범이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AI도 생태계가 필요하다
O’Reilly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 기업들이 콘텐츠 창작자를 ‘착취할 자원’이 아니라 ‘협력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Google과 Amazon이 초기엔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선순환을 만들었지만, 시장이 포화되자 자기 이익을 위해 시장을 조작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합니다. AI 산업은 아예 시작부터 “추출적 경제 지대”를 노리며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는 거죠.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습니다. AI는 각 쿼리마다 정보 출처가 단일한지 경쟁적인지 판단하고, 페이월이나 “크롤링 금지” 신호가 있으면 존중하고, 고품질 데이터를 쓰려면 암시장 스크레이퍼가 아니라 제공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Wikipedia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에는 수익 공유나 기여 프로그램으로 생태계를 지원해야 하고요.
“AI 기업들은 전력과 최신 칩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왜 콘텐츠에는 그러지 않느냐”는 그의 질문이 날카롭습니다. 콘텐츠 창작자를 공정하게 보상하는 건 도덕적 의무일 뿐 아니라 사업적 필수조건입니다. 경제는 착취보다 교환을 통해 더 잘 번성하니까요.
O’Reilly는 AI 기업들이 편향과 환각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도 같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범을 확립할 최적의 위치에 있는 건 바로 AI 기업들 자신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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