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사용자가 8~9억 명입니다. 그런데 왜 OpenAI는 아직도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걱정해야 할까요?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반스(Benedict Evans)가 OpenAI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부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AI 산업에서 쌓아온 그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OpenAI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짚으며 “압도적 유저 수가 과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출처: How will OpenAI compete? – Benedict Evans
기술 우위도 없고, 유저 참여도도 얕다
에반스가 짚는 첫 번째 문제는 기술 차별화의 부재입니다. 현재 경쟁력 있는 프론티어 모델을 출시하는 조직이 대략 6곳이고, 이들은 몇 주 단위로 서로를 앞지릅니다. OpenAI가 LLM 붐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아무도 영구적인 기술 격차를 만들 방법을 모릅니다. Windows나 iOS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 경쟁자가 아무리 돈을 써도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가 없다는 뜻이죠.
유저 베이스 문제는 더 흥미롭습니다. 8~9억이라는 숫자는 인상적이지만, 이들은 ‘주간 활성 유저’입니다. OpenAI가 ‘2025 wrapped’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80%의 유저가 2025년 한 해 동안 보낸 메시지가 1,000개 미만이었는데, 하루 평균 3회도 안 되는 셈입니다. 유료 전환율은 5%에 불과하고요. 에반스는 이를 두고 “폭은 넓지만 깊이가 없다”고 표현합니다. OpenAI 자신도 모델의 능력과 실제 사용 사이의 ‘역량 격차(capability gap)’를 인정하는데, 에반스는 이를 “제품-시장 적합성이 없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으로 읽습니다.
광고 도입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OpenAI의 광고 도입은 단순한 수익화가 아닙니다. 비용을 내지 않는 90% 이상의 유저에게 더 강력한 모델을 제공해 참여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Fidji Simo 제품 총괄은 “확산과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에반스는 여기서 멈춥니다. 지금 ChatGPT를 쓸 이유를 못 찾는 사람이, 더 좋은 모델을 공짜로 준다고 해서 매일 쓰기 시작할까요? 가능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챗봇 형식 자체가 그 사람의 용도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적어도 동등하다고 봅니다.
한편 차별화가 어려운 제품 시장에서는 결국 브랜드와 유통이 승패를 가릅니다. Gemini와 Meta AI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건 기술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Google과 Meta가 가진 유통 채널 덕분입니다. 역설적으로 Claude는 벤치마크 상위권을 자주 차지하지만 소비자 전략이 없어 일반인 인지도는 거의 없는 상태고요.
“플랫폼”이 되겠다는 꿈, 현실은 다르다
Sam Altman은 OpenAI를 Windows나 iOS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칩-인프라-모델-에코시스템을 수직으로 통합해 모든 레이어에서 가치를 포획하겠다는 것이죠. ChatGPT 계정을 다양한 서비스를 잇는 ‘접착제’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있습니다.
에반스는 이 그림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동하기 어렵다고 분석합니다. Windows 개발자가 Windows를 써야만 했던 이유는 거기에 유저가 있었기 때문, 즉 강한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 앱을 만드는 개발자는 어떤 모델 API를 쓰든 유저가 알아채지 못합니다. OpenAI의 클라우드가 아닌 다른 인프라를 쓴다고 해서 유저가 다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에반스가 결국 돌아오는 단어는 ‘권력(power)’입니다. 권력이란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시스템을 쓰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Microsoft, Apple, Meta는 그 권력을 가졌습니다. OpenAI가 지금 그 권력을 갖고 있냐고 묻는다면, 에반스의 답은 회의적입니다. 좋은 모델을 계속 만드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실행이고, 실행만으로 유지되는 경쟁 우위는 결국 매일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일 뿐이라고요.
이 분석이 OpenAI의 미래를 어둡게만 보는 건 아닙니다. Sam Altman의 추진력은 지금까지 꽤 강력했고, 아직 발명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에반스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게 왜 OpenAI여야 하는가?
에반스의 원문에는 이 외에도 capex 투자의 의미, 에이전트 생태계와 API 표준을 둘러싼 경쟁, ChatGPT와 Netscape의 유사성 분석 등 훨씬 더 촘촘한 논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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