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경력의 개발자가 최근 불편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자신이 프로덕션 코드에 들어가는 AI 생성 코드를 더 이상 전부 리뷰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출처: Vibe coding and agentic engineering are getting closer than I’d like – Simon Willison’s Weblog
원래 두 개념은 명확히 달랐습니다
Simon Willison은 지난해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를 ‘에이전틱 엔지니어링’과 분리해서 생각해왔습니다.
바이브 코딩은 코드를 들여다보지 않는 방식입니다.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되고, AI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면 결과물이 나오고, 작동하면 그만입니다. 개인 용도의 도구라면 문제없지만,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에 쓰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었습니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달랐습니다. 보안, 유지보수성, 성능을 이해하는 전문 개발자가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AI가 코드 생산을 보조하되, 판단과 책임은 개발자에게 있는 구조죠. Willison은 이 방식 덕분에 혼자서 도전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크게 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Heavybit의 팟캐스트에서 이 구분을 이야기하던 중, Willison은 스스로 불편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에이전트가 충분히 믿을 만해지면서, 자신도 코드를 전부 들여다보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Claude Code에 JSON API 엔드포인트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건 그냥 잘 만들어집니다. 테스트도 붙이고, 문서도 씁니다. 틀릴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리뷰를 건너뛰게 됩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가 떠올린 건 예전 엔지니어링 매니저 시절의 경험입니다. 다른 팀이 만든 이미지 리사이즈 서비스를 쓸 때, 그 팀의 코드를 한 줄씩 읽지는 않았습니다. 문서를 보고, 써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파고들었죠. 이제 AI 에이전트를 그 팀처럼 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다만 찜찜함은 남아있습니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팀은 평판을 쌓습니다. 잘못 만들면 책임을 집니다. 반면 Claude Code는 평판도, 책임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믿을 만한 결과물을 내놓으니, 신뢰가 쌓이고 있는 셈입니다. Willison은 이를 ‘일탈의 정상화’라고 불렀습니다. 문제없이 넘어갈수록, 정작 중요한 순간에 방심할 위험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코드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AI 도구의 확산은 코드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GitHub 레포에 커밋 100개에 깔끔한 README, 촘촘한 테스트가 있으면 그 사람이 공을 들였다는 신호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레포를 30분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외형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Willison은 자신의 프로젝트조차 어느 것이 얼마나 공들여진 것인지 판단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제 주목하는 건 다른 신호입니다. 실제로 써봤느냐는 것입니다. 2주 동안 매일 사용한 바이브 코딩 결과물이, 한 번도 제대로 돌려보지 않은 정성스러운 코드보다 더 믿을 만합니다. 사용 이력이 품질의 증거가 된 거죠.
병목이 이동했습니다
하루에 200줄 쓰던 개발자가 2,000줄을 쓸 수 있게 되면,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전체가 흔들립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코드 생산이 느리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었으니까요.
Willison은 Anthropic의 디자인 리더 Jenny Wen의 발표를 인용했습니다. 기존 설계 프로세스가 정교하게 발전한 이유는, 설계를 잘못하면 엔지니어들이 3개월을 낭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구현 비용이 대폭 낮아진다면, 설계 단계에서 모든 걸 완벽히 맞출 필요도 줄어듭니다. 틀렸으면 다시 만들면 됩니다.
코드를 얼마나 빨리 생산하느냐보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결과물을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개발자의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경험이 있을수록 더 빠르게 달립니다
Willison은 AI 도구가 자신의 커리어를 위협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도구들이 기존 경험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점도 다시 상기시킵니다. AI 도구를 전부 쥐어줘도,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참고자료: Ep. #9, The AI Coding Paradigm Shift with Simon Willison – Heavybit High Leverage 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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