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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는 내 제품 페이지,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다

같은 제품 페이지를 사람과 ChatGPT 크롤러가 동시에 본다면 어떨까요. 사람 눈에는 색상 옵션과 후기 별점, 할인 배너가 다 보이지만, 크롤러 화면에는 텍스트 몇 줄과 빈 박스만 남습니다.

사진 출처: NetNut

이커머스 기술 매체 Modern Retail이 리테일·브랜드의 기술 책임자들을 인터뷰해,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다뤘습니다. AI 최적화 기업 Botify에 따르면 리테일 사이트 200곳을 분석한 결과 AI 봇 트래픽이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5배 넘게 늘었습니다. 동시에 그 봇들이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진 페이지 요소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게 핵심 문제입니다.

출처: AI forces retailers, brands to rethink their product pages – Modern Retail

방문은 거의 없는데, 긁어가는 건 폭증했다

Botify·Retail Economics·AWS·DataDome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OpenAI의 시스템은 리테일 사이트를 방문 1번당 198번 긁어갑니다. 같은 기준으로 구글은 방문 1번당 6번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OpenAI 쪽이 훨씬 더 자주 사이트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람을 그 사이트로 데려다주는 비율은 구글보다 30배 이상 낮다는 뜻입니다.

이게 왜 이상한 일이냐면, 지금까지 웹의 작동 원리는 “긁어가면 결국 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도 그 전제를 깔고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이 페이지를 사람에게 보내주는 다리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답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가져가는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 신발 마라톤 뛸 때 발 안 아파?”라고 ChatGPT에 물으면, 에이전트가 여러 제품 페이지를 훑어 답을 만들어 줄 뿐 그 사람이 실제 사이트에 들어올 일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화려한 페이지가 AI에겐 텅 빈 페이지

방문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Botify의 AI 글로벌 부문장 AJ Ghergich는 제품 페이지에 흔한 캐러셀, 플로팅 배너 같은 자바스크립트 요소가 시각적으로는 멋있어도 AI 봇에게는 거의 안 보인다고 말합니다. 특히 후기 모듈은 자바스크립트로 구현된 경우가 많아, 봇이 거의 인식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보는 제품 페이지와 AI가 읽는 제품 페이지는 같은 URL이어도 완전히 다른 콘텐츠입니다. 가격, 옵션, 후기 같은 정보가 실제로 페이지 안에 있어도, 그게 어떤 방식으로 코딩되어 있느냐에 따라 AI에게는 보이거나 안 보입니다. 만들 때 “내용을 충실히 채웠다”는 것과 “AI가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글이나 제품 설명을 아무리 잘 써도 자바스크립트로 늦게 렌더링되는 구조 안에 있다면 AI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정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반 텍스트, 정적인 HTML로 들어간 정보는 AI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읽어갑니다.

두 개의 페이지를 따로 만드는 곳들

이 간극을 메우려고 기업들은 꽤 직접적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보조제 브랜드 Olly는 제품 페이지에 FAQ 섹션을 추가해서, 성분과 효능을 묻는 질문에 AI가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잠이 안 와서 고민하는 사람이 AI에 물었을 때, 그 답이 Olly의 수면 보조제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겁니다. Target은 내부·외부 AI가 모두 읽을 수 있는 “머신 리더블” 구조로 사이트를 손봤습니다.

더 적극적인 곳들은 사람용 페이지와 AI용 페이지를 따로 둡니다. Cloudflare 같은 콘텐츠 전송 서비스로 방문자가 AI 봇인지 식별한 뒤, 봇에게는 텍스트만 남긴 별도 버전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Ghergich는 이걸 “울타리 위에 걸터앉은”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여전히 일반 방문자에게서 나오는 상황이라, AI만 보고 사이트 전체를 갈아엎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AI 기여 매출이 전체의 5%를 넘는 기업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게 Ghergich의 말입니다.

흥미로운 건 콘텐츠의 성격 자체도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Rithum의 리테일 부문 대표 Blaine Nielsen은 일부 리테일러가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실제 사용 맥락을 담은 스토리텔링 방식의 카피로 바꾸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신발은 이런 사이즈가 있다”가 아니라 “이 신발을 신고 마라톤을 어떻게 완주했다”처럼 쓰는 식인데, 이런 서술형 콘텐츠가 오히려 AI 에이전트에 더 잘 포착된다고 합니다.

제품 페이지가 첫 화면이 되는 시대

지금까지는 홈페이지나 카테고리 페이지가 방문자를 맞는 첫 화면이었고, 제품 페이지는 보통 세 번째, 네 번째로 도달하는 곳이었습니다. Ghergich는 AI 시대에는 이 순서가 뒤집힌다고 말합니다. AI를 통해 제품을 발견한 소비자는 브랜드 홈페이지를 거치지 않고 곧장 제품 페이지로 떨어지기 때문에, 제품 페이지 자체가 첫인상을 담당하는 “새로운 현관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콘텐츠나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블로그 글이든 제품 소개든, 독자가 전체 맥락(홈페이지, 카테고리, 시리즈 글)을 보지 않고 검색이나 AI 답변을 통해 단 하나의 페이지로 바로 떨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 한 페이지 안에 맥락과 신뢰를 동시에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셈입니다. 다만 이 변화의 체감 효과는 아직 다들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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