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마주치는 콘텐츠 중 어떤 것이 진짜 사람이 만든 것이고, 어떤 것이 AI가 생성한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구글이 2025년 5월 Google I/O에서 발표한 SynthID Detector가 바로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AI 콘텐츠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최근 몇 년간 AI 기술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ChatGPT, 미드저니, 그리고 구글의 Gemini까지 – 이제 누구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그럴듯한 글을 쓰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고, 심지어 음성과 동영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딥페이크 동영상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550%나 급증했고, 지난 가을 미국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상위 20개 게시물 중 4개가 명백히 AI로 생성된 콘텐츠였습니다. AI가 만든 가짜 뉴스 사이트의 수도 2023년 한 해에만 1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매일 마주치는 정보 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기계가 만든 허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ynthID Detector: 구글의 혁신적인 해법

구글이 내놓은 답은 바로 ‘SynthID Detector’입니다. 이 도구는 단순히 AI 콘텐츠를 탐지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AI로 생성되었는지까지 정확히 짚어냅니다.
SynthID 워터마킹 기술의 비밀
SynthID Detector의 핵심은 ‘SynthID 워터마킹’ 기술입니다. 이는 마치 지폐에 숨겨진 위조방지 마크처럼, AI가 콘텐츠를 생성할 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특별한 신호를 심어넣는 기술입니다.
텍스트의 경우: AI가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패턴을 조정하여 워터마크를 삽입합니다. 글의 품질이나 의미는 전혀 변하지 않지만, 특별한 알고리즘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 ‘지문’이 남게 됩니다.
이미지의 경우: 픽셀 단위로 워터마크를 직접 삽입합니다. 이미지가 편집되거나 압축되어도 워터마크는 그대로 남아있어 나중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와 비디오: 소리의 파형이나 영상의 프레임에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변화를 가하여 워터마크를 심습니다.
실제 사용법: 3단계로 간편하게
SynthID Detector의 사용법은 놀랍도록 간단합니다:
1단계: 콘텐츠 업로드
- 웹 포털에 접속하여 확인하고 싶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또는 비디오 파일을 업로드합니다
- 드래그 앤 드롭이나 파일 선택 버튼을 통해 쉽게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2단계: 자동 분석
- 시스템이 업로드된 콘텐츠를 자동으로 스캔합니다
- SynthID 워터마크의 존재 여부를 몇 초 내에 확인합니다
3단계: 결과 확인
- 워터마크가 발견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AI로 생성되었는지 하이라이트로 표시됩니다
- 텍스트의 경우 특정 문단이나 문장을, 이미지의 경우 특정 영역을 색깔로 구분하여 보여줍니다
SynthID Detector 사용 인터페이스 예시 (출처: Google Blog)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
교육 분야: 학업 정직성의 새로운 기준
교사들은 이제 학생들의 과제에서 AI 생성 부분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단순히 “AI를 썼다/안 썼다”를 넘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보다 건설적인 피드백과 교육이 가능합니다.
언론과 미디어: 신뢰성 검증의 새로운 도구
기자들과 편집자들은 제보받은 자료나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의 진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지나 동영상의 경우, 딥페이크나 AI 생성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여 가짜 뉴스 확산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마케팅: 브랜드 신뢰도 제고
기업들은 자사의 콘텐츠 마케팅에서 AI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으며, 경쟁사나 협력업체의 자료 검증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재의 한계와 향후 과제
물론 SynthID Detector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구글의 AI 도구(Gemini, Imagen, Lyria, Veo 등)로 생성된 콘텐츠만 탐지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OpenAI 등 다른 회사의 AI 도구로 만든 콘텐츠는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워터마킹 기술을 우회하려는 시도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어, 기술적인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텍스트의 경우 다른 매체에 비해 워터마크를 제거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한 구글의 전략
구글은 이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생태계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SynthID 텍스트 워터마킹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NVIDI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플랫폼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 검증 전문업체인 GetReal Security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표준화에도 나서고 있어, 향후 더 많은 AI 도구들이 SynthID와 같은 워터마킹 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투명성의 새로운 시대
SynthID Detector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콘텐츠를 믿어도 될까?”라는 막연한 의심 대신,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도구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AI 생성 콘텐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입니다. 독자나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SynthID Detector는 언론인, 미디어 전문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일반 사용자들도 대기자 명단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초기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AI 기술이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그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SynthID Detector는 AI 시대의 정보 리터러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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