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견제전이 벌어졌습니다. Claude AI를 개발한 Anthropic이 인기 AI 코딩 도구인 Windsurf에 대한 직접 접근권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결정의 배경에는 OpenAI의 30억 달러 규모 Windsurf 인수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AI 코딩 도구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접근 제한, 그 시작
지난 6월 3일, Windsurf CEO 바룬 모한(Varun Mohan)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Anthropic이 Claude 3.5 Sonnet과 Claude 3.7 Sonnet 모델에 대한 Windsurf의 직접 접근권을 크게 제한한다는 것이었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결정이 거의 사전 통보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모한 CEO는 “우리는 Anthropic에게 전체 용량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명확히 표현했습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로 인해 Windsurf는 급하게 제3자 컴퓨팅 제공업체를 찾아야 했고, 사용자들이 Claude 모델에 접근하는 데 일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Claude 4가 출시됐을 때도 Windsurf는 다른 주요 AI 코딩 도구들과 달리 직접 접근권을 받지 못했습니다. Cursor, GitHub Copilot, Devin과 같은 경쟁사들이 출시일부터 Claude 4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OpenAI 인수설과 전략적 고려

Anthropic의 이런 결정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 4월부터 불거진 OpenAI-Windsurf 인수설을 살펴봐야 합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은 OpenAI가 Windsurf를 약 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OpenAI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Anthropic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인 자레드 카플란(Jared Kaplan)은 지난 6월 5일 TC Sessions: AI 2025에서 솔직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OpenAI에게 Claude를 판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겠죠”라고 말하며, “우리는 미래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고객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플란은 또한 현재 Anthropic이 컴퓨팅 자원 제약에 직면해 있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Amazon과의 새로운 컴퓨팅 클러스터를 통해 향후 몇 달 내에 모델 가용성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AI 코딩 도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이번 사건은 AI 코딩 도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장은 2025년 들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주요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Cursor와 GitHub Copilot입니다. 특히 Cursor는 Claude 모델과의 긴밀한 통합을 통해 개발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카플란은 “Cursor와는 오랫동안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인 파트너십 의지를 보였습니다.
반면 Windsurf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연간 반복 수익(ARR) 1억 달러를 달성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Anthropic 모델에 대한 접근 제한으로 인해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Windsurf 사용자들이 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불만을 표했습니다. 애플의 Swift 프로그래밍 언어 전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로널드 만낙(Ronald Mannak)은 “Claude 4가 작업 성능에서 상당한 향상을 보여줬지만, Windsurf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어 최근 몇 주 동안 Cursor로 갈아탔다”고 말했습니다.
개발자들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
출처: Unsplash
Windsurf는 단기적 해결책으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Anthropic API 키를 연결할 수 있는 ‘BYOK(Bring Your Own Key)’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이 방식이 더 비싸고 복잡하다고 지적합니다. Windsurf가 직접 모델을 제공할 때보다 비용 부담이 크고 설정 과정도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이는 AI 코딩 도구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 중 하나인 ‘선택권(optionality)’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개발자들은 OpenAI, Google, Anthropic이 몇 달마다 출시하는 새로운 AI 모델들 중에서 자신의 작업에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모델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Windsurf 대변인 파얄 파텔(Payal Patel)은 “회사는 항상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을 믿어왔다”며, “이번 경우에는 Anthropic이 그것을 좀 더 어렵게 만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Anthropic의 자체 생태계 구축 전략
흥미로운 점은 Anthropic이 단순히 Windsurf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코딩 도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Anthropic은 자체 AI 코딩 애플리케이션인 ‘Claude Code’를 출시했습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터미널에서 직접 Claude의 강력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에이전틱 코딩 도구입니다.
카플란은 “Anthropic이 점점 더 자체적인 에이전틱 코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AI 챗봇 패러다임은 정적인 성격 때문에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Anthropic이 단순히 API 제공업체에 머물지 않고, 최종 사용자를 위한 완전한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줍니다. OpenAI, Google, Meta가 가장 인기 있는 AI 챗봇 플랫폼을 두고 경쟁하는 동안, Anthropic은 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도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
이번 Anthropic-Windsurf 사건은 AI 업계 전반의 파트너십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AI 모델 개발사들이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 기술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이 기존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OpenAI가 Windsurf를 인수한다면, 이는 사실상 Anthropic의 핵심 경쟁사가 자사의 모델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AI 코딩 도구 업체들도 이번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모델 제공업체와의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경쟁사와의 관계가 이러한 파트너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 전망과 시사점
AI 코딩 도구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각 모델 개발사들이 자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가운데, 독립적인 AI 코딩 도구 업체들은 더욱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플랫폼 간 이동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과제도 제기됩니다. 결국 가장 우수한 성능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Anthropic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비즈니스 판단을 넘어, AI 업계의 경쟁 구도가 얼마나 복잡하고 역동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전략적 견제와 협력의 균형이 AI 생태계 전체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자료:
- Windsurf says Anthropic is limiting its direct access to Claude AI models
- Anthropic co-founder on cutting access to Windsurf: ‘It would be odd for us to sell Claude to OpenAI’
- Week in Review: Why Anthropic cut access to Windsurf
- OpenAI agrees to buy Windsurf for about $3 billion, Bloomberg reports
- Claude Code: Deep Coding at Terminal Velo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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