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OpenAI는 30억 달러짜리 거래가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Google이 24억 달러를 들고 나타났고,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이 되자 또 다른 플레이어가 게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인수합병 이야기가 아닙니다. AI 코딩 도구 시장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72시간의 드라마이자, 현재 AI 업계가 얼마나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Windsurf의 정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Windsurf는 단순한 AI 코딩 도구가 아닙니다. 기존의 코드 자동완성 수준을 뛰어넘어 “AI 에이전트가 탑재된 IDE”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혁신적인 플랫폼입니다.
Windsurf의 핵심 기술인 ‘Cascade’는 개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한 코드베이스를 이해하여 10단계 앞을 내다보며 코드를 작성합니다. 개발자가 “이 디자인과 같은 레이아웃으로 바꿔줘”라고 이미지를 드롭하면, Cascade가 알아서 전체 구조를 분석하고 필요한 코드를 생성하는 식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장 속도입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연간 반복 수익(ARR)이 4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급증했고,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와 4,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Y Combinator의 CEO 게리 탠은 “엔지니어들이 Windsurf로 하루만 작업해보면 로켓 부스터를 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1막: OpenAI의 야심찬 계획과 예상치 못한 좌절
2024년 말부터 OpenAI는 Windsurf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ChatGPT로 AI 혁명을 주도하고 있던 OpenAI에게 코딩 영역은 다음 정복 목표였습니다. 이미 Codex라는 AI 코딩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Windsurf의 IDE 기술과 급성장하는 고객 기반은 매력적인 조합이었죠.
4월부터 본격적인 인수 협상이 시작됐고, OpenAI는 30억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는 상당히 관대한 조건이었습니다. 5월 초, OpenAI는 거의 발표를 준비할 정도로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습니다. Microsoft였습니다.
Microsoft는 OpenAI의 최대 투자자이자 파트너로서, OpenAI의 모든 지적 재산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OpenAI가 Windsurf를 인수하면 Microsoft도 자동으로 Windsurf의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OpenAI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경쟁사인 Microsoft에게 귀중한 코딩 기술을 넘겨주는 셈이 되는 거죠.
결국 이 문제는 OpenAI와 Microsoft 간의 긴장으로 이어졌고,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양사 관계가 “끓는점에 도달했다”고 보도될 정도였습니다. 금요일, OpenAI의 독점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30억 달러 딜은 공식적으로 무산됐습니다.
2막: Google의 번개같은 등장
OpenAI의 거래가 무산된 지 불과 몇 시간 후, Google DeepMind가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Google의 접근법은 전혀 달랐습니다.
전통적인 인수 대신 Google은 “역채용(reverse-acquihire)”이라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Windsurf CEO 바룬 모한, 공동창업자 더글러스 첸, 그리고 핵심 연구진들을 24억 달러에 영입하면서 Windsurf의 기술에 대한 비독점적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입니다.

이는 Google에게 여러 이점을 가져다줬습니다. 첫째,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전체를 인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점 논란에서 자유로웠죠. 둘째, 핵심 인재와 기술만 선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Windsurf는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다른 회사들에게도 기술을 라이선스할 수 있어 추가적인 수익원이 됩니다.
Google의 크리스 파파스 대변인은 “에이전틱 코딩 분야에서 우리의 작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Windsurf의 최고 AI 코딩 인재들을 Google DeepMind에 영입하게 되어 기쁘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250명의 직원 중 CEO와 핵심 연구진만 Google로 가고, 나머지 대부분의 팀은 뒤에 남겨진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 1년 내에 입사한 직원들은 이번 거래에서 아무런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3막: Cognition의 기적같은 역전승
이때 제프 왕이 등장합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Windsurf의 비즈니스 책임자였던 그는 갑작스럽게 임시 CEO가 되어 회사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 72시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와일드한 롤러코스터였다”고 그는 LinkedIn에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Devin AI로 유명한 Cognition이었습니다.
Cognition의 러셀 카플란 사장에 따르면, 첫 번째 전화가 금요일 오후 5시 이후에 이뤄졌고, 주말 내내 협상이 진행되어 월요일 아침에 최종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말 그대로 72시간 만에 완전히 새로운 거래가 성사된 것입니다.

Cognition의 제안은 Google과 정반대였습니다. 회사 전체를 인수하되, 모든 직원이 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Windsurf의 100% 직원이 이번 거래에서 금전적 혜택을 받고,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베스팅 절벽을 면제받으며, 완전한 가속 베스팅을 받게 됩니다.
Cognition은 Windsurf의 IP, 제품, 상표, 브랜드는 물론 8,200만 달러의 ARR과 350개 이상의 기업 고객, 수십만 명의 일일 활성 사용자를 모두 확보했습니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한 규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런 광란을 만들어냈나
이 72시간의 드라마 뒤에는 AI 코딩 도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있습니다.
현재 이 시장의 선두주자는 Cursor입니다. Cursor의 연간 반복 수익은 무려 5억 달러에 달하며, AI 기반 IDE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Windsurf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지만, 독특한 “에이전틱” 기능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AI 도구 없이는 더 이상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드 생성, 리팩토링, 버그 수정 등의 반복적인 작업에서 AI의 도움은 필수가 되었죠.
Anthropic의 Claude 모델이 코딩 작업에서 특히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 Claude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들의 가치가 급상승했습니다. 실제로 Anthropic이 6월에 Windsurf의 Claude 직접 접근을 차단했을 때, 많은 사용자들이 Cursor 같은 다른 서비스로 이탈했을 정도입니다.
Cognition의 스콧 우 CEO는 “우리 생애 내에 엔지니어들은 벽돌공에서 건축가로 변화할 것이며, 시스템을 조립하는 수작업보다는 설계의 창의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개발자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
이번 사건은 개발자 커뮤니티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첫째, AI 도구 선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Windsurf 사용자들은 이번 인수로 인해 Claude 모델에 다시 완전히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CEO와 핵심 개발진이 Google로 이적한 상황에서 기존 기능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둘째, 에이전틱 코딩의 가속화입니다. Cursor의 마이클 트루엘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추론 모델이 충분히 발전해 코딩 에이전트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으며, 2026년까지 코딩 워크플로우의 20%가 에이전트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Cognition은 이제 완전 자율형 AI 에이전트(Devin)와 AI 기반 IDE(Windsurf)를 모두 보유하게 되어, 개발자들에게 더욱 포괄적인 AI 코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코드 자동완성을 넘어서, AI가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고 복잡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의미합니다.
셋째, 기업 차원에서의 AI 코딩 도구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Goldman Sachs 같은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회사가 Devin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대기업들이 AI 코딩 도구를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AI 코딩 생태계의 미래 지형도
이번 Windsurf 사건은 AI 코딩 시장의 미래 구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입니다.
빅테크의 인재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Google이 선택한 “역채용” 방식은 규제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핵심 기술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Microsoft의 Inflection AI 창업자 영입, Google의 Character.AI CEO 복귀 등과 같은 맥락이죠.
통합 플랫폼의 등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Cognition처럼 AI 에이전트와 IDE를 모두 제공하는 회사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자들은 여러 도구를 조합해서 사용하기보다, 하나의 통합된 환경에서 모든 AI 기능을 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오픈소스 vs 클로즈드소스의 경쟁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현재는 OpenAI, Anthropic 같은 클로즈드 모델이 우세하지만, 오픈소스 대안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 역학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발자의 역할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코드 작성에서 AI와의 협업을 통한 시스템 설계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지휘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72시간이 만든 새로운 현실
Windsurf를 둘러싼 72시간의 드라마는 현재 AI 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30억 달러짜리 거래가 하루 만에 무산되고, 24억 달러 역채용이 몇 시간 만에 성사되며, 완전히 새로운 인수가 주말 사이에 결정되는 세상입니다.
이는 단순히 빠른 의사결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업들이 기회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감의 표현입니다. 특히 코딩 영역은 AI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곧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AI 도구들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Windsurf 사건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AI 코딩 도구 시장의 경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앞으로 더 많은 드라마틱한 변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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