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교육을 둘러싼 상반된 목소리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학습 의욕 상실을 우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개인 맞춤형 교육의 혁신을 예견합니다.
최근 한 미국 고등학생이 The Atlantic에 기고한 글이 화제입니다. “AI가 내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는 제목의 이 글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동시에 Khan Academy의 설립자 Sal Khan은 AI가 교육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두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AI 시대의 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뉴욕의 한 공립고등학교 4학년생이 목격한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Frederick Douglass의 자서전을 다루는 수업에서 한 학생이 몰래 텍스트를 ChatGPT에 복사했습니다. 몇 초 만에 AI가 생성한 주석이 화면에 나타났죠.
“노예제와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복사-붙여넣기 댓글로 전락했습니다.”
수학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제 워크시트가 나눠지자마자 한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ChatGPT에 업로드했습니다. 단계별 풀이와 그래프까지 완성된 답안이 순식간에 만들어졌죠.
이 학생이 가장 우려하는 건 ‘정상화’입니다. 과거에는 밤 11시 57분까지 키보드를 두드리며 과제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된 경험이었죠. 지금은 그런 긴장감이 사라졌습니다.
“AI가 지연의 결과를 부드럽게 만들어버렸고, 많은 학생들이 아예 공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토론팀에서도 AI가 등장했다
이 학생은 토론팀에서도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중요한 공간이었는데, AI가 침투하기 시작한 거죠. 대회에서 다른 학생들이 AI로 리서치하고 논증을 구성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토론은 자신만의 논리를 구성하고 예상치 못한 반박에 맞서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똑같은 틀의 논증을 누가 더 잘 발표하느냐의 경쟁이 아니에요.”
한때 사랑했던 활동이 공허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Khan Academy 창립자의 다른 시각
Khan Academy의 Sal Khan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2022년 여름, ChatGPT가 세상에 나오기 6개월 전에 OpenAI로부터 GPT-4를 미리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주말 내내 잠을 못 잤어요. 이 기술이 정말 강력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Khan은 AI의 부정적 측면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컨닝, 안전성, 개인정보, 환각 현상, 수학 오류 등의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죠. 하지만 그는 이런 문제들을 ‘기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마음가짐과 미션 중심의 접근법으로 이 기술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컨닝이나 아이들에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소크라테스식 AI 튜터의 등장
Khan Academy는 AI를 활용해 ‘Khanmigo’라는 개인 튜터를 개발했습니다. 이 AI는 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죠.
예를 들어 정답이 1/3인데 학생이 0.33이라고 답했다면, “정말 그게 완전한 답일까요? 0.33이 맞나요? 분수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환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Khan Academy의 검증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수학 문제의 경우 Python을 호출해서 실제 계산을 수행하죠.

동기부여의 핵심
Khan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기부여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격려하고, 자신감을 북돋아줘야 합니다.
“20년 전 가족들을 가르칠 때를 생각해보면, 저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일을 했어요. ‘어디까지 했니? 왜 내가 말한 걸 안 했어? 좀 더 자신있게 답해봐’라고 말이죠.”
새로운 버전의 Khanmigo는 이런 역할을 수행합니다. 학생이 돌아오면 “며칠째 오지 않았네요. 목표에서 좀 뒤처지고 있어요. 이 과제부터 시작할까요?”라고 말하죠.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Khan은 AI가 교사를 대체하면 재앙이라고 단언합니다. 150-200년 전 교과서가 등장했을 때도 교사들이 걱정했지만, 결국 교과서 없이는 가르칠 수 없게 되었죠.
“놀라운 교사와 놀라운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놀라운 교사를 선택하겠어요. 하지만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는 교육 예산의 대부분이 교사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인다고 지적합니다. 캘리포니아는 학생 1명당 연간 2만 5천 달러를 지출하지만, 한 반에 25-30명이 있다면 클래스당 80만 달러에 달하죠. 교사의 모든 비용을 포함해도 20만 달러 정도입니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면 교사부터 자르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봐야 해요.”
평가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고등학생이 제안한 해결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의 객관식 시험이나 에세이 대신 구술 시험을 늘리자는 겁니다. 학생이 사고 과정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거죠.
개인화된 과제나 시사 문제를 활용한 글쓰기, 포트폴리오 기반 평가, 발표 중심의 평가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AI에게 쉽게 위임할 수 없는 형태의 평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Khan Academy도 이미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Schoolhouse라는 플랫폼에서는 학생들이 서로를 가르치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칸 아카데미에서 90%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을 얻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이야기
Khan이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사례입니다. 탈레반 치하에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이 소녀는 Khan Academy로 공부했습니다. 가족이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가서도 계속 학습을 이어갔죠.
MIT 지원 시 정식 졸업장도, 성적표도, SAT 점수도 없었습니다. MIT가 Schoolhouse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보라고 했고, 그녀는 그렇게 해서 합격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AI 엔지니어들이 모인 Y Combinator 행사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이게 바로 우리가 꿈꾸던 인증의 미래입니다.”
두 관점이 만나는 지점
고등학생의 우려와 Khan의 낙관론은 사실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습니다. 둘 다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에는 동의하죠.
차이는 접근 방식에 있습니다. 고등학생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용 사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Khan은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죠.
핵심은 AI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쓰면 학습 능력이 퇴화됩니다. 하지만 사고 과정을 돕는 튜터로 활용하면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죠.
교육의 미래를 위한 제언
AI 시대의 교육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합니다. 정보 전달 중심에서 사고력 개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죠. 암기보다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 촉진자로, 평가자에서 멘토로 변화해야 하죠. AI가 개별 학습을 도우면, 교사는 더 깊이 있는 인간적 교감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평가 방식의 혁신도 필수입니다. AI가 쉽게 대신할 수 있는 과제는 의미가 없어졌어요. 대신 창의적 문제 해결, 협업,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늘어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AI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학습을 위한 도구로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죠.
AI는 분명 교육을 바꿀 것입니다. 문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지, 아니면 학습 능력을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갈지입니다. 그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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