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대학교 영어과 교수가 72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진행한 실험 결과, AI가 교육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과 인간 교육자의 여전한 가치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AI가 교육계를 강타하면서 많은 교육자들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ChatGPT 같은 AI 도구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 대학교(UVA)의 한 영어과 교수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실험에 나섰습니다. 72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진행한 이 실험의 결과는 AI 시대 교육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실험 설계: 학생들이 직접 판단하다
이 교수는 “금욕주의” 접근법 대신 학생들에게 직접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핵심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AI 시대에도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고 가치있는가?”
학기 초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계산기 사용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단 1명뿐이었지만, 영어 수업에서 AI 사용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56%), 교정(50%), 과제 해석(38%) 등 다양한 용도로 말입니다.
AI 글쓰기의 특징과 한계
학생들은 AI와 인간의 글쓰기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발견을 했습니다. AI 글쓰기의 특징적인 패턴들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AI 글쓰기의 전형적인 특징들:
- “맛없고” “밋밋한” 느낌의 문체
- 인용문과 출처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
- 불필요하게 많은 em-dash(—) 사용
- 항상 정확히 세 개의 예시를 포함하는 문장
이런 특징들을 발견하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의외의 교육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세밀한 독해자”가 된 것입니다.
충격적인 반전: AI가 쓴 글이 더 인간적?
실험 중 가장 놀라운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맥스라는 학생이 두 개의 서론을 읽어주었는데, 하나는 깊은 밤 눈싸움에서 만난 여학생과의 로맨틱한 만남을 생생하게 묘사한 글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실루엣들이 UVA의 신고전주의 건물 기둥 사이로 흘러나오는 금빛 조명에 빛나고 있었다. 공기는 얼어붙은 땅과 장작 연기 냄새로 깨끗했다.”
학생들과 교수 모두 이 글이 진짜 맥스의 경험담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 로맨틱한 이야기는 ChatGPT가 생성한 것이었습니다.
교실은 술렁였습니다. 그동안 AI 글쓰기를 쉽게 구별해낸다고 자신했던 교수조차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입니다. 이 사건은 AI의 능력이 예상보다 훨씬 진보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인간다움”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AI의 동질화 문제
하지만 AI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해 중간고사 에세이 주제를 제안하게 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제목들이 나왔습니다.
AI가 제안한 에세이 제목들:
- “디지털 시대 탐색: 기술이 우리의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
- “디지털 시대 탐색: 기술에 대한 개인적 성찰”
- “연결에서 단절로: 기술이 우리의 사회생활을 형성하는 방법”
- “연결과 산만함 사이: 우리 삶에서 기술의 역할 탐색”
이 결과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침묵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의미있다고 여겼던 주제들이 사실은 “밋밋하고 맛없는 단어 샐러드”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교육자로서의 AI: 채점과 피드백
실험은 AI가 교수의 채점 업무도 대체할 수 있는지 검증했습니다. 학생들은 교수의 피드백과 AI의 피드백을 모두 받고,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는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결과는 복합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교수의 피드백을 선호했지만, AI의 조언도 비슷한 수준이며 훨씬 빠르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AI의 조언이 더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한 학생은 교수의 피드백을 ChatGPT에 입력해서 개선 방안을 묻는 “센토어 체스”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인간의 판단력과 AI의 처리 능력을 결합한 혁신적인 접근법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최종 판단
한 학기 실험이 끝나고 투표 시간이 왔습니다. 72명 중 68명이 여전히 인간 교수가 필요하다고 투표했습니다. 하지만 개별 에세이를 보면 더 복잡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많은 학생들이 의미있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한나라는 학생은 “예전에는 반대했을 것”이라며 AI 사용을 줄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캠이라는 학생은 더욱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ChatGPT가 도구가 아니라 목발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ChatGPT 도움 없이 글을 쓰고 나서야 제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AI 시대 교육의 새로운 방향
이 실험이 주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지만,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AI 활용의 바람직한 방향:
-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의 보조 도구로 활용
- 문법과 표현 개선을 위한 보완적 역할
- 인간 교육자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 학습자의 독립적 사고력 보존
중요한 것은 AI를 목발이 아닌 도구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EFL(영어 외국어) 교사들이 Quillbot, WordTune, ChatGPT 등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할 때 학생들의 글쓰기 품질이 향상되었지만, 과도한 의존은 비판적 사고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I와 인간 교육자의 공존
이 실험은 AI 시대 교육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AI는 교육을 보조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인간 교육자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이 내린 결론처럼, 진정한 학습은 여전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납니다. AI는 이 과정을 도울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 창의성, 그리고 진정한 이해는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캠 학생의 말처럼, AI를 목발이 아닌 도구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진짜 보물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친구들”일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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