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제공하는 ‘완벽한 요약’ 때문에 사용자들이 더 이상 원본 콘텐츠를 클릭하지 않게 되면서, 백과사전부터 유명 매체까지 AI 기업들을 상대로 생존을 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클릭할 이유가 사라진 인터넷
“궁금한 게 있으면 굳이 브리태니커 사이트에 갈 필요 없어. Perplexity가 브리태니커 내용을 다 요약해줄 테니까.”
이런 생각이 바로 지금 콘텐츠 업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현실입니다. 지난 9월, 250년 역사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Merriam-Webster 사전이 AI 검색 엔진 Perplexity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어요. 거의 같은 시기에 롤링스톤과 빌보드를 소유한 Penske Media도 구글의 AI Overviews를 상대로 법정에 섰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AI의 요약 기능 때문에 사용자들이 원본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요약의 역설 – 편리함이 만든 재앙
기존 구글 검색을 떠올려보세요. 검색 결과에 제목과 몇 줄의 미리보기만 나왔죠.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어쩔 수 없이 링크를 클릭해야 했어요. 이게 바로 인터넷 생태계의 기본 원리였습니다.
하지만 AI 요약은 다릅니다.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바로 보여줘요. “브리태니커가 뭐야?”라고 물으면 브리태니커의 정확한 정의를 가져와서 완벽하게 요약해줍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편리하죠.
문제는 이 편리함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재앙이라는 점입니다.
브리태니커 소송 자료를 보면, Perplexity가 제공한 답변이 Merriam-Webster의 정의와 완전히 똑같다는 스크린샷이 나와요. 법정 문서에서는 이를 두고 “표절(plagiariz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Perplexity vs 브리태니커 – 250년 권위에 도전하는 AI
Perplexity는 스스로를 “답변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구글처럼 검색 결과 목록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공한다는 뜻이에요.
브리태니커와 Merriam-Webster는 Perplexity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긁어와서 요약한 뒤, 사용자들이 원본 사이트로 가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심각한 건 AI가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낼 때도 브리태니커나 Merriam-Webster의 이름을 붙인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AI가 환각(hallucination) 상태에서 틀린 정보를 생성했는데, 그 정보 출처로 “브리태니커”라고 표시하는 거죠. 이는 저작권 침해를 넘어서 상표권 침해까지 해당됩니다.
Jeff Bezos까지 투자한 Perplexity는 이미 Forbes, 뉴욕타임스, BBC 등 여러 언론사와 마찰을 빚어왔어요. 지난 10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News Corp도 Perplexity를 고소했습니다.

Google vs 롤링스톤 – 거대 기업의 AI 독점
구글의 AI Overviews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검색하면 맨 위에 AI가 생성한 요약이 뜹니다. 사용자들은 이 요약만 보고 만족해하죠.
Penske Media의 CEO Jay Penske는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자들과 수상 경력이 있는 저널리즘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어요. 회사는 올해 제휴 링크 수익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더 가혹한 건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에요. Penske Media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구글 검색에서 완전히 제외되면 비즈니스가 망가지고,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AI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훈련 데이터로 사용해서 “PMC의 전체 출판 사업을 위협하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됩니다.
구글은 “AI Overviews 덕분에 사람들이 검색을 더 유용하게 느끼고 더 많이 사용한다”고 반박했어요. 하지만 실제 트래픽 데이터는 정반대를 보여줍니다.
AI 기업들의 변명과 현실의 괴리
AI 기업들은 공통된 변명을 합니다. “사용자들이 더 많이 검색하게 된다”, “다양한 사이트로 트래픽을 보낸다”,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Penske Media는 구글로부터 “검색 추천 트래픽에 대한 신뢰할 만한 경쟁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고 소송에서 밝혔어요.
구글의 변명이 사실이라면, 왜 이렇게 많은 출판사들이 수익 감소를 호소하는 걸까요? 왜 250년 역사의 브리태니커까지 법정에 서게 된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용자들이 정말로 원본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콘텐츠 없는 AI는 존재할 수 없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AI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작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어요. Perplexity든 구글의 AI든, 모두 기존 콘텐츠를 학습해서 답변을 만들어냅니다.
브리태니커의 250년 축적된 지식, 롤링스톤의 음악 전문성, 각종 매체의 기사들. 이 모든 게 AI의 원재료가 되죠. 그런데 AI가 발전할수록 원재료 제공자들은 수익을 잃고 있어요.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망하면 결국 AI도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없게 되거든요.
일부 매체들은 Perplexity의 광고 수익 분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Time 잡지, LA Times 등이 그 예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요약 전쟁의 미래
이번 소송들은 단순한 저작권 분쟁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어요. AI 시대에 콘텐츠와 기술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거든요.
법원은 AI의 요약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기존 법 체계로는 명확하지 않은 영역이에요. 단순히 복사하는 게 아니라 “요약”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본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익을 감소시킨다면, 이를 공정 이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적절한 수익 분배 모델, 명확한 출처 표시, 원본 사이트로의 트래픽 유도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어요.
변화하는 정보 생태계
결국 이 문제는 인터넷 자체의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녀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AI가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정리해줍니다.
사용자 경험은 확실히 개선됐죠. 하지만 이 편의성이 콘텐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어요.
앞으로 AI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법정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브리태니커와 롤링스톤의 소송 결과가 나오면, AI 업계 전체의 방향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과연 “요약”이 새로운 공정 이용의 기준이 될까요, 아니면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판정될까요? 그 답은 조만간 나올 것 같네요.
참고자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