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가 한 번에 세 종류의 스마트 글래스를 발표하며 일상용부터 운동용, 미래형까지 각기 다른 타겟을 겨냥한 전방위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EMG 손목밴드로 조종하는 디스플레이 모델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글래스, 세 개의 전략
지난 9월 17일 Meta Connect 2025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공개한 건 단순한 제품 업데이트가 아니었습니다. Ray-Ban Meta Gen 2, Oakley Meta Vanguard, 그리고 Meta Ray-Ban Display까지. 각각 완전히 다른 사용자층을 겨냥한 정교한 시장 분할 전략이었죠.

먼저 Ray-Ban Meta Gen 2는 실용성에 집중했습니다. 배터리 수명을 거의 2배로 늘려 8시간 사용이 가능해졌고, 3K 울트라 HD 영상 촬영까지 지원합니다. 379달러라는 가격대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어요. 이미 수백만 개가 팔린 1세대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중화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운동선수를 위한 특별한 선택
Oakley Meta Vanguard는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499달러로 가격대는 높아졌지만, 운동선수들이 정말 원하는 기능들로 가득 채웠거든요.
IP67 방수 등급에 시속 48킬로미터 바람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스피커. 9시간 배터리 수명은 마라톤을 완주하고도 남죠. 하지만 진짜 혁신은 Garmin 연동 기능입니다.
“헤이 메타, 내 심박수 어때?” 하고 물으면 실시간으로 답해줍니다. 운동 중에 스마트워치를 내려다볼 필요 없이 음성으로 모든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심지어 특정 거리에 도달하거나 심박수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영상을 촬영해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주기까지 합니다.
Strava(운동 기록 공유 플랫폼) 연동도 인상적입니다. 촬영한 영상에 운동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오버레이해서 바로 공유할 수 있거든요. 운동하면서 SNS 콘텐츠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셈이죠.
EMG 기술이 가져온 조용한 혁명
하지만 진짜 게임 체인저는 Meta Ray-Ban Display입니다. 799달러에 EMG 손목밴드까지 포함된 이 제품은 스마트 글래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어요.

EMG(근전도) 기술이 핵심입니다. 손목밴드가 뇌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를 감지해서 기기를 조종하는 거예요. 엄지를 좌우로 살짝 움직이면 화면을 스크롤할 수 있고, 손가락을 살짝 꼬집으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손목을 돌리면 볼륨 조절까지 되죠.
Meta는 20만 명의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4년간 연구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근육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했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뭘 할 수 있을까?
디스플레이가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머리에 올린 건 아닙니다. 오른쪽 렌즈 모서리에 작은 화면이 있어서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만 정보를 보여줍니다.
WhatsApp 메시지 확인, 실시간 번역, 보행자 내비게이션, 음성 자막까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일상적인 작업들을 처리할 수 있어요. Meta AI와 연동되면 시각적 정보까지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이 뭐야?”라고 물으면 화면에 정보를 띄워주는 식이죠.
사진과 동영상 미리보기 기능도 유용합니다. 촬영 전에 뷰파인더로 구도를 확인하고, 줌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거든요. 완벽한 사진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에서의 위치는?
IDC 데이터를 보면 Meta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4분기에만 Ray-Ban Meta가 90만 개 이상 팔렸고, 전 세계 스마트 글래스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건 1세대 Ray-Ban Stories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2세대는 AI 통합과 실용성 개선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경쟁사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애플은 2026년 자체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준비 중이고, 구글은 Warby Parker와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어요. 삼성도 자체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죠.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을까?
Meta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 글래스를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만드는 겁니다. 세상 전체가 스크린이 되는 거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제약에서 벗어나 어디든 정보를 투사할 수 있다면 확실히 더 직관적입니다.
손 제스처 인식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요. 애플 Vision Pro는 카메라로 손 움직임을 추적하고, Meta는 EMG 손목밴드로 더 정밀한 제어를 구현했습니다. 공중에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타이핑하거나, 손짓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 이제 현실이 됐어요.

물론 아직 한계는 많습니다. AI 기능이 여전히 초보적이고, 공공장소에서 AI에게 말을 거는 게 어색할 수 있어요. 배터리 수명도 스마트폰에 비해 짧고, 저장 용량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IDC는 스마트 글래스 시장이 2024년 270만 대에서 2029년 1,87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024년 14억 4천만 대가 팔린 스마트폰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지만, 성장 궤도에는 확실히 올라섰어요.
접근성의 새로운 지평
EMG 기술의 또 다른 의미는 접근성입니다. 척수 손상이나 뇌졸중으로 큰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들, 손떨림이 있는 사람들,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닌 사람들도 손목의 근육 신호로 기기를 조종할 수 있거든요.
청각 보조 기능도 주목할 만합니다. WHO 추정으로는 전 세계 인구의 20%인 15억 명이 어느 정도 청각 손실을 겪고 있어요. EssilorLuxottica의 Nuance Audio나 Transcribeglass 같은 제품들은 스마트 글래스로 청각 보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청기보다 덜 부담스럽게 착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생태계가 관건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개발자 생태계예요. 스마트폰이 성공한 이유도 앱스토어와 수많은 개발자들이 만든 킬러 앱들 때문이었거든요.
Meta는 이미 Instagram, WhatsApp, Facebook 같은 자체 플랫폼과의 연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Garmin, Strava 같은 외부 플랫폼과의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고요. 하지만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앱들이 나오려면 더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가격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Ray-Ban Meta Gen 2는 379달러로 대중화에 성공했지만, Display 모델은 799달러로 두 배 이상 비쌉니다. 초기 얼리어답터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가격 정책도 달라질 것 같아요.
Meta의 스마트 글래스 3단계 전략은 분명 잘 설계됐습니다. 일상용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전문용으로 세분화하며, 미래형으로 기술 우위를 선점하는 거죠. EMG 손목밴드는 정말 혁신적인 인터페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고, 애플과 구글도 이제 진지하게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서막은 이미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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