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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계산대 도입한 LA 스타디움, 물 한 병 사는데 10분 걸린 이유

LA의 BMO 스타디움이 1년 만에 전면적인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결과는? 계산 시간은 2배 늘어나고, 메뉴는 절반으로 줄었으며, 물 한 병 사는 데 10분이 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AI 기술 도입이 왜 실패했는지 실제 경험담을 통해 살펴봅니다.

핵심 포인트:

  • AI 계산대의 역설: 30초 인식 + 30초 계산으로 거래당 2분 추가 소요. 직원이 일일이 메뉴 확인해야 하는 ‘자동화’
  • 메뉴 다양성의 희생: 컴퓨터 비전이 인식하기 쉬운 핫도그·피자·치킨텐더만 남고, 로티세리 치킨·스매시버거·한식 덮밥 등 특색 메뉴 전부 사라짐
  • 무인 편의점의 환상: ‘빠른 계산’ 표방했지만 실제론 문 닫고 2분간 계산 중 대기. 잘못된 금액 청구에 영수증도 없어 항의조차 어려움
BMO 스타디움 관중석
1년 만에 다시 찾은 BMO 스타디움, 그러나 경험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출처: A Whole Lotta Nothing)

1년 만에 달라진 스타디움

블로거 Matt Haughey는 포틀랜드 손스(Portland Thorns) 여자축구팀의 열성 팬입니다. 2024년 5월,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를 보러 갔다가 햇볕 아래 자리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을 계기로 아예 미국 전역 축구 경기장 리뷰 책까지 펴냈죠.

올해 10월, 다시 같은 곳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그늘진 좋은 자리였어요. 경기는 좋았지만, 스타디움 경험은 1년 전보다 훨씬 나빠져 있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스타디움이 곳곳에 도입한 AI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AI 계산대가 만든 긴 줄

AI 기반 계산 시스템
모든 매점에 도입된 카메라 기반 AI 인식 시스템 (출처: A Whole Lotta Nothing)

모든 매점, 심지어 뜨거운 음식을 팔지 않는 곳까지 위 사진 같은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비싼 장비라 그런지 예전에 여러 계산대가 있던 곳도 이제 딱 하나만 운영되더군요.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흰색 선반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30초간 인식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자동화 시스템이라면서 직원이 물건을 다시 정리해야 하더군요. 인식이 끝나면 화면에 전체 메뉴가 뜨고, 직원이 일일이 터치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30초 계산 시간. 마지막으로 결제단말기로 옮겨서 카드를 찍습니다.

거래 한 번에 최소 1~2분이 추가로 걸리는 겁니다. 보통 때도 아니고 30도가 넘는 더운 날이었어요. 물이나 음료 하나 사려고 10분씩 줄을 서야 했습니다.

메뉴가 사라진 이유

2024년 BMO 스타디움 음식
2024년 5월의 로티세리 치킨 – 양념도 맛있고 소스도 훌륭했던 메뉴 (출처: A Whole Lotta Nothing)

작년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매점이 있었습니다. 로티세리 치킨과 와플 프라이, 치킨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었죠. 양념도 좋고 소스도 훌륭해서 전국 스타디움 투어 중 최고의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올해 다시 찾았는데 메뉴판이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치킨텐더, 감자튀김, 핫도그, 사탕. 끝.

왜 이렇게 됐을까요? 컴퓨터 비전 시스템 때문입니다. 다양한 메뉴 항목은 AI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모양의 몇 가지 품목만 남기면? 시스템이 더 빠르게 작동하겠죠.

작년 사진을 뒤져보니 스매시버거, 한국식 불고기 덮밥 같은 다채로운 메뉴들이 있었어요. 올해는 스타디움 전체를 돌아다녀도 핫도그, 피자, 나초, 치킨텐더만 보였습니다. 컴퓨터 비전에 맞춰 메뉴를 단순화한 겁니다.

‘빠른 계산’의 거짓말

더운 날이었던 만큼 Matt은 3시간 동안 물을 네 병이나 마셨습니다. 매번 긴 줄을 서야 했고, 그때마다 경기의 일부를 놓쳤죠.

경기 후반에 ‘완전 자동화’ 무인 편의점을 발견했습니다. 휴대폰을 문에 대면 열리고, 물건을 집어 문을 닫으면 끝. 빠를 것 같았죠?

문을 닫으면 “계산 중” 메시지가 뜹니다. 2분간. 앞사람은 두 개를 샀는데 세 개 값이 청구됐더군요. 영수증도 안 나와서 화면을 사진 찍고 고객 서비스로 가서 항의해야 했습니다. 결국 물 한 병 사는 데 10분이 걸렸습니다.

작년엔 이 공간이 일반 편의점 스타일이었어요. 선반에서 물건 집어서 여러 계산대 중 하나에서 빠르게 계산하고 나오면 끝. 올해는 느린 AI 카메라 키오스크 때문에 긴 줄이 매장을 빙 둘러 늘어서 있었습니다.

당일 관중이 17,000~18,000명 정도였고, 기온은 30도를 넘었습니다. 물 한 병 사는 데 10분씩 걸린다면? 이건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관중의 건강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현실과 주장의 괴리

스타디움을 운영하는 억만장자 구단주들은 아마 직원 수를 줄이면서 수익은 늘렸을 겁니다.

키오스크 제조사인 Mashgin은 자사 시스템이 “인간 계산원보다 400% 빠르고 수익을 25% 증가시킨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Matt이 직접 경험한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인간 계산원이 명백히 더 빠르고 부드러웠고, 사람들이 빠르게 음식과 음료를 살 수 있었을 때 매출도 더 높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음식 양까지 줄었더군요. 기술 도입으로 고객 경험은 모든 면에서 하락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

이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한국도 빠르게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는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김밥 자판기, 심지어 무인 주유소까지 등장했죠.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줄이 없을 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요. 하지만 BMO 스타디움 사례처럼 문제가 생기면? 복잡한 주문을 해야 할 때는? 오류가 나도 물어볼 직원이 없는 상황은?

특히 주목할 점은 메뉴 단순화입니다. 키오스크나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후 선택지가 줄어드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전에는 있던 메뉴가 왜 없어졌지?” 하고 의아해했던 순간들. 어쩌면 그건 고객 선호도가 아니라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었을 수 있습니다.

AI 도입이 놓친 것

기술 도입의 목적이 비용 절감이나 자동화 자체가 되면, 정작 중요한 고객 경험은 뒷전이 됩니다.

컴퓨터 비전 기술 자체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과하면 실패합니다. BMO 스타디움은 “AI를 도입했다”는 성과는 얻었지만, 실제로는 더 느린 서비스, 더 적은 선택지, 더 나쁜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무인화와 자동화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진짜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인지는 결국 경험으로 드러납니다. 진짜 질문은 “이 기술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가?”여야 합니다.


참고자료: BMO stadium in LA added AI to everything and what they got was a worse experience for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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