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가 올여름 143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시작한 AI 채용 열풍을 단 몇 달 만에 정리했습니다. AI 부서에서 600명을 감원하면서도 새로 만든 초지능(superintelligence) 팀 TBD Lab은 오히려 채용 중입니다. 이 극적인 반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기초 연구는 끝났고, 이제는 제품으로 이기는 게임이 시작됐다는 것.

핵심 포인트:
- 올여름 Scale AI에 143억 달러 투자하고 CEO Alexandr Wang을 영입한 뒤 대대적 채용 → 몇 달 만에 채용 중단 및 600명 감원: 기초 연구의 상징이던 FAIR(Fundamental AI Research) 팀과 AI 인프라 부서가 타겟. TBD Lab만 채용 지속
- “팀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을 빠르게”라는 명분 뒤의 진짜 이유: OpenAI, Anthropic과의 제품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 Llama 4 실패 이후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전략 대전환 불가피
- 12년 역사의 FAIR, 사실상 해체 수순: Yann LeCun이 세운 세계적 AI 연구소가 TBD Lab에 통합되며 “장기 연구”는 사라지고 “빠른 제품화”만 남음. 기초 연구의 종말이 아닌 우선순위의 급격한 변화
무슨 일이 일어났나
10월 22일, Meta는 AI 부서에서 약 6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원 대상은 FAIR와 AI 제품 및 인프라 부서. 반면 올여름 새로 만든 TBD Lab(초지능 연구팀)은 여전히 채용 중입니다.
타이밍이 묘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Meta는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올여름 Scale 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하고 28세의 CEO Alexandr Wang을 AI 총괄로 영입했죠. 7~9자리 수(1억~10억 원대)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며 수십 명의 톱 연구자들을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단 몇 달 만에 채용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FAIR 리더였던 Joelle Pineau는 올해 초 이미 퇴사했습니다. Wang은 8월 내부 메모에서 “FAIR의 많은 연구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TBD Lab의 대규모 모델 실행에 통합하고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FAIR의 독립적 지위가 사라진다는 선언이었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나
Wang은 감원 발표 메모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팀 규모를 줄이면 의사결정에 필요한 대화가 줄어들고, 각 개인이 더 많은 책임을 지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효율성과 속도. 그 뒤에는 OpenAI와 Anthropic에 밀리고 있다는 절박함이 보입니다.
올 4월 출시된 Llama 4는 실패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성급한 출시, 투명성 부족, 부풀려진 성능 지표 논란. 중국 DeepSeek 같은 오픈소스 경쟁자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까지 나왔죠. 지난 1년간 Meta의 톱 AI 인재들이 줄줄이 떠났습니다. PyTorch 팀 리더 Damien Sereni, Anthropic로 간 Boris Cherny(Claude Code 개발자), 스타트업 Yutori를 창업한 Devi Parikh 등.
Mark Zuckerberg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장기 기초 연구는 뒤로 미루고, 지금 당장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 Scale AI의 Wang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Scale은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품질 데이터 제공에 특화된 회사. 기초 연구보다는 실전 제품 개발에 가까운 DNA를 가진 조직입니다.
이 결정이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
FAIR는 2013년 Yann LeCun이 세운, 그야말로 전설적인 AI 연구소였습니다. 딥러닝의 대부 중 한 명인 LeCun이 “모두를 위한 개방형 연구”라는 기치 아래 만든 곳. 12년간 수많은 혁신적 연구를 쏟아냈죠.
그런 FAIR가 이제 TBD Lab에 흡수되며 사실상 독립성을 잃었습니다. LeCun은 4월 인터뷰에서 “FAIR는 죽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반박했지만, 600명 감원이라는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Meta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탠퍼드 2025 AI Index Report에 따르면, 2024년 주목받은 AI 모델의 90%가 산업계에서 나왔습니다. 2023년 60%에서 30%포인트나 뛴 수치입니다. 학계는 여전히 깊이 있는 연구 논문을 쏟아내지만, 실제 사람들이 쓰는 AI 모델은 거의 다 기업이 만든다는 뜻입니다.
Meta의 FAIR 해체는 바로 이 흐름을 반영합니다. 논문 몇 편 더 내는 것보다 ChatGPT 같은 제품 하나 만드는 게 중요해진 겁니다. 기초 연구가 쓸모없어진 게 아니라, 빅테크에게는 당장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이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초지능”이라는 화려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ChatGPT를 따라잡기 위한 단거리 경주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남은 질문들
Wang의 전략이 먹힐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AI 경쟁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것.
기초 연구의 깊이보다 제품 출시의 속도가, 논문 발표보다 사용자 확보가 중요한 게임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12년 역사의 FAIR 같은 조직이 재편되고, 600명이 일자리를 잃습니다.
Meta는 이번 결정으로 단기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초 연구 역량을 잃는다면? 그건 다음 라운드에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Meta is axing 600 roles across its AI division (The Verge)
- Meta’s ‘superintelligence’ effort with Scale AI founder Wang highlights its scramble to keep pace in AI race (Fortune)
- Meta’s AI research lab is ‘dying a slow death,’ some insiders say—but Yann LeCun pushes back (Fortune)
- The 2025 AI Index Report (Stanford HAI)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