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목, 같은 학생들, 같은 학기. 그런데 시험 하나는 평균 96점이 나왔고, 다른 하나는 평균 48.6점이 나왔습니다. 차이는 딱 하나, 집에서 봤느냐 강의실에서 봤느냐였습니다.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로베르토 세라노가 겪은 일입니다. 2025년 12월 캠퍼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학생들이 강의실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자, 세라노는 올봄 학기 처음으로 재택 중간고사를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날 무렵, 그는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됐습니다.
출처: Brown Professor Suspects Most of His Class Used AI to Cheat – Inside Higher Ed
96점이라는 이상하게 좋은 성적
세라노가 맡은 후생경제학 강의는 원래 최대 30명 정도가 듣는 소규모 수업입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86명이 몰렸습니다. 재택 시험이라는 소식이 퍼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3월에 치른 중간고사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96점이었습니다. 40명이 만점을 받았습니다.
이 수치가 이상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세라노에 따르면 이 과목의 역대 중간고사 평균은 65에서 80점 사이였고, 이번 시험은 오히려 예년보다 어렵게 냈습니다. 재택 시험이라 시간제한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난이도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세라노와 채점 조교들은 시험 문제를 ChatGPT에 그대로 넣어봤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의 답안과 거의 똑같은 패턴이 나왔습니다. 정답이긴 한데 풀이 방식이 부자연스럽게 꼬여 있었습니다. 한 문제는 직접 증명하는 방식이 가장 자연스러운데도, ChatGPT와 다수 학생 모두 훨씬 복잡한 귀류법을 택했습니다.
대면 시험으로 바꾸자 벌어진 반전
세라노는 학생들에게 부정행위가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학과장의 승인을 받아 기말고사를 대면 시험으로 바꿨습니다. 중간고사 점수를 바로 무효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기말고사 성적 분포가 중간고사와 비슷하게 나오면 중간고사 점수를 그대로 인정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고사를 무효 처리하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18명이 수강을 철회했습니다. 9명은 수강은 유지했지만 기말고사에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평균은 48.6점이었습니다. 이 과목 역대 기말고사 평균이 65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저치입니다. 세 명은 0점을 받았습니다. 중간고사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한 학생은 소수에 그쳤습니다. 세라노는 결국 중간고사 점수를 무효 처리하고, 기말고사 비중을 전체 성적의 80퍼센트로 재조정했습니다.
점수가 아니라 실력의 공백을 드러낸 사건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부정행위 적발이 아닙니다. 같은 학생들이 같은 범위를 놓고, AI 도움 없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냈는지가 숫자로 남았다는 점입니다. 최근 프린스턴대 학생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29.9퍼센트가 시험이나 과제에서 최소 한 번 AI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답한 바 있는데, 브라운대 사례는 그 부정행위가 실제 학습에 얼마나 큰 공백을 남기는지를 구체적인 점수 낙차로 드러낸 경우입니다.
세라노는 학교 측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말합니다. AI로 만든 답안이 실제 시험장에서는 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대학 차원의 제도적 대응은 아직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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