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 에이전트’라는 용어를 자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ChatGPT가 웹을 검색하고, Claude가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며, 다양한 AI 도구들이 사람을 대신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AI 에이전트구나”라고 느끼셨을 텐데요. 하지만 정확히 AI 에이전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본 LLM의 입력-출력 구조 (출처: Cameron R. Wolfe)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서,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분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활용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자율적인 AI 시스템입니다. 이 글에서는 AI 에이전트의 기본 원리부터 실제 구현 방법까지, 여러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LLM에서 에이전트로: 진화의 시작
기본 LLM의 한계
전통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은 텍스트를 입력받아 텍스트를 출력하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모델 내부의 지식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접근법은 분명 강력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정보의 한계입니다. LLM은 훈련 데이터의 지식 컷오프 날짜 이후의 정보를 알 수 없고, 실시간 정보나 개인적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둘째, 도구 사용의 한계입니다. 복잡한 수학 계산이나 특정 API 호출 같은 작업은 LLM보다 전문 도구가 훨씬 효율적이지만, 기본 LLM은 이런 도구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툴 사용: 첫 번째 진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툴 사용(Tool Usage) 기능입니다. LLM이 계산기, 검색 엔진, 캘린더, 코드 인터프리터 등 외부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툴 사용 예시 (출처: Cameron R. Wolfe)
초기에는 파인튜닝 방식으로 툴 사용을 학습시켰습니다. LaMDA나 Toolformer 같은 모델들이 특정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훈련 데이터에 포함시켜 학습했죠.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인간의 주석 작업이 필요하고, 새로운 도구를 추가할 때마다 재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프롬프트 기반 툴 사용이 등장했습니다. LLM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굳이 파인튜닝하지 않고도 프롬프트에 도구 사용법을 설명하면 LLM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접근법은 수백, 수천 개의 도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Model Context Protocol(MCP)입니다. Anthropic에서 제안한 이 표준은 AI 어시스턴트가 다양한 데이터 소스와 비즈니스 도구들과 연결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제공합니다. 개발자들이 MCP 서버를 만들면, 어떤 LLM이든 이를 통해 다양한 외부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추론 능력: 에이전트의 두뇌
추론의 중요성
툴 사용 기능이 있어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LLM이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어떤 도구를 언제 사용할지 판단하며, 올바른 형식으로 도구를 호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추론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Chain of Thought에서 추론 모델까지
초기에는 Chain of Thought(CoT) 프롬프팅이 혁신적이었습니다. LLM에게 최종 답변을 바로 요구하는 대신, 단계별로 사고 과정을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것이죠. 이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LLM의 추론 성능이 극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CoT 프롬프팅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에 동일한 길이의 사고 과정을 적용하고, 문제의 복잡성에 따른 동적 적응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등장한 추론 모델(Reasoning Models)은 이런 한계를 극복합니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가변적인 시간 동안 “생각”합니다. 쉬운 문제는 짧게, 어려운 문제는 길게 사고하죠. 추론 과정에서 자기 수정, 백트래킹 등 복잡한 추론 행동도 보입니다.
이러한 추론 모델은 검증 가능한 보상을 통한 강화학습(RLVR)으로 훈련됩니다. 수학이나 코딩 문제처럼 정답이 명확한 문제들에서 모델의 답이 맞는지 확인하고, 이를 신호로 강화학습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ReAct 프레임워크: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ReAct의 핵심 아이디어
ReAct(Reasoning and Acting)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에이전트가 추론과 행동을 번갈아 가며 수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ReAct 프레임워크 구조 (출처: Cameron R. Wolfe)
전통적인 에이전트는 관찰(Observation) → 행동(Action) → 관찰 → 행동의 루프를 반복합니다. ReAct는 여기에 사고(Thought)를 추가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언어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며,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실제 작동 방식
ReAct 에이전트가 “심슨가족의 밀하우스 캐릭터는 누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나?”라는 질문을 처리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심슨가족의 밀하우스 캐릭터는 누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나?
사고 1: 이 질문을 해결하려면 밀하우스를 검색해서 누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는지 찾아야 한다.
행동 1: 검색[밀하우스]
관찰 1: 밀하우스 무솔리니 반 하우텐은 폭스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심슨가족의 반복 등장 캐릭터로...
사고 2: 이 문단에서는 누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는지 나와 있지 않다. "named after"를 찾아보자.
행동 2: 찾기[named after]
관찰 2: 밀하우스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닉슨의 중간 이름이 밀하우스였다.
사고 3: 밀하우스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므로, 답은 리처드 닉슨이다.
행동 3: 완료[리처드 닉슨]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단순히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자신의 계획을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얻은 정보를 분석하며, 다음 단계를 결정합니다. 마치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유사하죠.
ReAct의 성과와 한계
실험 결과, ReAct는 단순히 행동만 하는 에이전트나 생각만 하는 CoT 프롬프팅보다 일관되게 좋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특히 LLM이 환각을 일으키기 쉬운 상황에서, 외부 정보원을 활용해 더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ReAct 에이전트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무의미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추론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 전체 문제 해결 과정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eAct와 CoT를 조합하는 방법들도 제안되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스펙트럼: 레벨별 분류
AI 에이전트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수준의 시스템이 모두 ‘에이전트’라고 불립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4단계 스펙트럼으로 분류해보겠습니다.
Level 0: 표준 LLM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텍스트를 입력받아 텍스트를 출력하는 전통적인 LLM입니다. 복잡한 추론 작업을 위해 CoT 프롬프팅이나 추론 모델을 사용할 수 있지만, 외부 도구나 시스템과의 연결은 없습니다.
Level 1: 툴 사용
LLM이 계산기, 검색 엔진, API 등 외부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내부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화된 도구의 도움을 받아 더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툴 사용 단계의 에이전트 구조 (출처: Cameron R. Wolfe)
Level 2: 문제 분해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작은 단위로 분해해서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단계입니다. ReAct 프레임워크가 대표적인 예시죠. 에이전트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순환 과정을 거칩니다.
Level 3: 자율성 증대
가장 진보된 형태로,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 없이도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세계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전송, 일정 관리, 온라인 쇼핑, 코드 작성 및 배포 등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의 AI 에이전트들
현재 사용 가능한 에이전트들
2024년과 2025년 들어 다양한 실용적인 AI 에이전트들이 등장했습니다:
Claude의 Computer Use: Anthropic의 Claude는 컴퓨터 화면을 보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 실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웹 브라우징,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조작 등을 사람처럼 수행할 수 있죠.
ChatGPT의 웹 브라우징: OpenAI의 ChatGPT는 실시간으로 웹을 검색하고,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합니다. 뉴스 검색, 가격 비교, 리서치 등에 활용됩니다.
비즈니스 자동화 에이전트: 재고 관리, 고객 서비스, 일정 관리, 이메일 응답 등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산업별 적용 사례
의료 분야: 환자 데이터 분석, 진단 보조, 치료 계획 수립을 돕는 AI 에이전트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료진의 결정을 지원하고, 환자 모니터링을 자동화합니다.
금융 분야: 투자 분석, 리스크 관리, 사기 탐지, 고객 상담 등에 AI 에이전트가 활용됩니다. 실시간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투자 권고를 제공하는 시스템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조업: 생산 라인 최적화, 품질 관리, 예측 정비 등에 AI 에이전트가 사용됩니다.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상황을 예측해 대응합니다.
한계와 도전 과제
신뢰성의 문제
현재 AI 에이전트의 가장 큰 한계는 신뢰성입니다. 에이전트는 여러 단계의 순차적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전체 과정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추가적인 9의 안정성(extra nines of reliability)”이 필요하다고 표현합니다. 99.9%가 아닌 99.99%, 99.999%의 신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현재의 에이전트들은 몇 분 정도의 작업은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독립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환각과 오류 처리
LLM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은 에이전트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면 실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가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에이전트가 외부 시스템과 광범위하게 연결되면서 보안 위험도 증가합니다. 악의적인 공격자가 에이전트를 조작해 시스템에 침입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탈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래 전망: 에이전트가 바꿀 세상
기술적 발전 방향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각 에이전트가 전문 분야를 담당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방식입니다.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특정 분야에 특화된 에이전트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 영역에서 높은 신뢰성을 가진 에이전트들이 개발되겠죠.
지속적 학습: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되는 에이전트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사회적 영향
AI 에이전트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많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들이 자동화되면서,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변화, 기술 격차, 의존성 증가 등의 도전 과제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에이전트 기술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기업과 조직의 관점
에이전트 도입 전략: 기업들은 어떤 업무를 에이전트에게 맡길지, 어떻게 기존 시스템과 통합할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인력 재교육: 에이전트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에이전트가 수행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재교육해야 합니다.
윤리적 가이드라인: 에이전트 사용에 대한 윤리적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고객 데이터 처리,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투명성 등에 대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관점
에이전트 활용 능력: 개인들도 AI 에이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에이전트에게 명확한 지시를 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한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정보나 제안을 맹신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결정에서는 에이전트의 판단을 인간이 최종 검증해야 합니다.
결론: 에이전트와 함께하는 미래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입니다. 기본적인 LLM에서 시작해 툴 사용, 추론, 자율성까지 갖춘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과정은 AI가 인간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AI 에이전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신뢰성, 보안, 윤리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들이 해결된다면, AI 에이전트는 우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 기술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며, 그 한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증강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에이전트 기술을 바라보고 준비한다면, 우리는 AI와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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