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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을 넘어선 AI의 다음 단계: 브라우저가 AI 에이전트의 새로운 무대가 되다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2년이 지나면서, AI는 새로운 진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AI와 대화창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지만, 이제 AI는 실제로 우리를 대신해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예상치 못한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웹 브라우저입니다.

최근 AI 검색 엔진으로 주목받았던 Perplexity가 AI 브라우저 ‘Comet’을 출시했고, OpenAI도 ChatGPT Agent를 통해 브라우저 기반 AI 에이전트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웹에서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Perplexity Comet AI browser interface showing sidebar assistant
Perplexity Comet의 AI 어시스턴트가 웹페이지 내용을 요약하는 모습 (출처: The Verge)

Perplexity Comet: 브라우저와 AI의 융합

Perplexity의 Comet은 겉보기에는 Chrome과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취합니다. 크로미움 기반으로 제작된 이 브라우저는 탭, 확장 프로그램, 북마크 등 기본적인 브라우저 기능을 모두 지원하면서, 사이드바에 AI 어시스턴트를 내장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Comet이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메일 작성과 발송, 탭 정리, 소셜 미디어 포스팅, 심지어 온라인 쇼핑까지 사용자를 대신해 처리할 수 있습니다. The Verge의 테스트에 따르면, Comet은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제어해달라”고 요청하면 아마존에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테스터는 Comet이 이메일 구독 해지 작업을 2분에 걸쳐 수행한 반면, 본인이 직접 하면 30초면 끝난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복잡한 작업일수록 실패율이 높고, 단순한 작업에서도 인간보다 느린 경우가 많습니다.

브라우저가 AI 플랫폼이 되는 이유

왜 AI 기업들이 브라우저에 주목하는 걸까요? Perplexity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Aravind Srinivas)는 브라우저를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닌 인지적 운영체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접근 권한입니다. 대화창 안에 갇힌 챗봇과 달리, 브라우저 기반 AI는 사용자의 온라인 생활 전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은행 계좌, 쇼핑 사이트, 소셜 미디어까지 로그인된 상태로 접근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Comet AI showing automation steps
Comet이 이메일 구독 해지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모습 (출처: The Verge)

Google에 대한 새로운 도전

이러한 변화는 구글의 검색 독점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스리니바스는 구글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이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것과 상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약 사이트들과 광고 수익을 나눠야 하는 구글이 사용자에게 바로 예약 링크를 제공할 인센티브가 있을까요?”

구글도 Chrome에 Gemini를 통합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Perplexity는 브라우저 자체를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스리니바스는 “브라우저는 단순한 채팅 도구보다 복사하기 훨씬 어렵다”며 기술적 진입장벽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OpenAI의 ChatGPT Agent와의 차이점

OpenAI의 ChatGPT Agent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ChatGPT Agent는 기본적인 브라우저 환경에서 웹 서핑을 대신 수행하는 수준인 반면, Comet은 완전한 브라우저 환경에서 로그인된 사이트에 접근해 더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현재는 비싼 구독 요금제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높은 컴퓨팅 비용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한계와 미래 전망

AI 브라우저의 현재 모습은 완성형과는 거리가 멀습니다. 작업 실패율이 높고, 때로는 인간이 직접 하는 것보다 느립니다. 특히 복잡한 쇼핑이나 예약 작업에서는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속도가 아닌 가능성에 있습니다. 접근성 도구로서의 활용, 백그라운드에서의 반복 작업 처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AI가 대신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자동화의 잠재력이 큽니다.

Comet completing Amazon checkout automatically
Comet이 아마존에서 자동으로 결제를 완료하는 모습 (출처: The Verge)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

AI 브라우저의 등장은 단순한 신기술 출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AI가 정보 제공자에서 실제 작업 수행자로 진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웹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시키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변화가 언제,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브라우저가 AI 혁신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AI 브라우저들은 여전히 실험적이고 불완전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AI는 더 이상 우리가 질문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능동적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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