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를 쓰면서도 동료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경험, 해보셨나요? Anthropic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의 70%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AI가 실제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지만, 이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문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까 봐 숨기는 거죠.

Anthropic이 새로운 AI 인터뷰 도구를 개발해 1,25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입니다. 일반 직장인 1,000명, 과학자 125명,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125명과 각각 10-15분씩 AI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죠.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AI를 사용하면서 겪는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불안이 핵심 발견입니다.
출처: Introducing Anthropic Interviewer – Anthropic
생산성은 올라가는데 말하기는 어렵다
수치만 보면 AI의 효과는 명확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의 97%가 AI 덕분에 시간을 절약한다고 답했고, 68%는 작업 품질이 향상됐다고 말했어요. 한 웹 콘텐츠 작가는 “하루에 2,000단어에서 5,000단어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고, 사진작가는 “작업 기간이 12주에서 3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효율성을 동료들과 공유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 지도 아티스트는 이렇게 말했죠. “내 브랜드와 비즈니스 이미지가 AI와 그에 따른 낙인에 묶이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일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69%가 직장에서 AI 사용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언급했어요. 한 팩트체커는 “동료가 최근에 AI를 싫어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기 때문에 제 작업 방식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경제적 불안: “AI를 써야 살아남는다”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주제는 일자리 대체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한 성우는 “산업용 성우 같은 특정 분야는 AI 때문에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어요. 작곡가는 플랫폼들이 “AI 기술과 음악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무한정 새 음악을 생성”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작품을 대체할 값싼 대안이 시장을 가득 채울 거라는 거죠.
한 아티스트는 이런 딜레마를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생성형 AI를 계속 사용하고 심지어 AI로 만든 콘텐츠를 판매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더욱 직설적이었어요. “제 이득이 다른 크리에이티브의 손실이라는 걸 잘 압니다. 예전에 하루에 2,000달러를 주고 고용하던 제품 사진작가는 이제 제 일을 받지 못하죠.”
흥미로운 건 인터뷰에 참여한 125명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전원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싶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었어요. 한 아티스트는 “AI가 개념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고 있어요. 저는 그저 안내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60%는 AI, 40%는 제 아이디어입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말하는 것과 하는 것의 격차
연구에서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AI 사용 방식을 설명하는 것과 실제 사용 패턴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인터뷰에서 65%의 응답자는 AI의 역할을 “증강”(augmentative)으로 설명했어요. 즉, 인간과 AI가 함께 협업해서 작업을 완성한다는 거죠. 나머지 35%만 “자동화”(automation)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Anthropic이 실제 Claude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증강 47%, 자동화 49%로 거의 반반이었어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몇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채팅 후에 AI 결과물을 수정할 수도 있고, 다른 AI 서비스는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죠. 또는 자신의 상호작용을 실제보다 더 협업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48%의 응답자는 미래에 직접 작업을 수행하기보다는 AI 시스템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전환하는 걸 고려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언젠가 제 일의 대부분은 AI가 맡게 될 거라고 믿어요. 제 역할은 결국 프롬프팅, 감독, 훈련, 품질 관리에 집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직접 일을 하기보다는요.”
과학자들의 다른 이야기
과학자들은 크리에이티브와는 조금 다른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주로 문헌 검토, 코딩, 논문 작성에 AI를 사용하지만, 가설 생성이나 실험 같은 연구의 핵심 작업에는 아직 AI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한 정보 보안 연구자는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모든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면, 에이전트가 이 일을 하도록 하는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수학자도 동의했죠. “AI 결과물을 검증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니, 결국 똑같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91%의 과학자들은 연구에서 더 많은 AI 지원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의학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귀중한 연구 파트너처럼 느껴질 수 있는 AI를 원합니다… 새로운 걸 제시할 수 있는.”
숨겨진 사용이 던지는 질문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단순히 통계 이상입니다. AI 도구가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직장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거죠.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는 특히 “AI를 썼다”는 사실이 전문성과 창의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합니다.
한편으로는 AI가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줄여주면서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시간을 준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한 목사는 “AI로 관리 업무 시간을 줄이면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좋은 경계를 유지하고 AI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 연구는 AI 도구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조직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여전히 우리의 과제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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