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에게 “여행 가방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그럴듯한 상품 목록을 보여주죠. 그런데 정작 구매하려면 링크를 눌러서 쇼핑몰로 가야 합니다. 왜 AI가 직접 주문까지 처리하지 못할까요?
문제는 각 쇼핑몰마다 API와 결제 시스템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AI 에이전트가 100개 쇼핑몰과 연동하려면 100개의 서로 다른 통합 작업이 필요하죠. 이런 N×N 연동 구조는 확장이 불가능합니다. Google이 Shopify, Walmart, Target 등 2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과 함께 만든 Universal Commerce Protocol(UCP)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입니다.

Google이 2026년 1월 12일 전미소매연맹(NRF)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UCP는 AI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부터 결제, 배송, 사후 관리까지 전체 쇼핑 과정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 프로토콜입니다. Shopify, Etsy, Wayfair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과 Visa, Mastercard, Stripe 같은 결제사들이 함께 개발했고, 이미 Google AI Mode와 Gemini 앱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Under the Hood: Universal Commerce Protocol (UCP) – Google Developers Blog
UCP가 하는 일: 쇼핑 여정 전체를 표준 API로
UCP는 쇼핑의 전체 과정을 표준화된 “기능(capabilities)”으로 정의합니다. 상품 검색, 장바구니 관리, 결제 처리, 주문 추적 같은 각 단계가 하나의 기능이 되는 거죠. 쇼핑몰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능 목록을 공개하고, AI 에이전트는 그 목록을 보고 필요한 기능을 호출합니다.
예를 들어 꽃집이 UCP를 지원한다면, 에이전트는 먼저 /.well-known/ucp라는 표준 경로에서 이 가게가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확인합니다. “체크아웃 기능 있음, 할인코드 적용 가능, Google Pay와 Shop Pay 결제 지원” 같은 정보가 JSON 형태로 나오죠. 에이전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장바구니를 만들고, 할인을 적용하고,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중요한 건 쇼핑몰이 여전히 판매 주체(Merchant of Record)라는 점입니다. Google이나 다른 플랫폼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아요. 쇼핑몰은 자체 체크아웃 화면을 유지할 수도 있고,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UCP는 그저 소통 방식을 표준화할 뿐입니다.

작동 방식: Agent가 가게 기능을 스스로 발견한다
UCP의 작동 방식을 Google이 공개한 데모 코드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기능 발견: AI 에이전트가 꽃집 서버에 접속해서
/.well-known/ucp를 요청합니다. 그러면 서버는 자신이 지원하는 쇼핑 서비스와 기능 목록을 반환하죠. “체크아웃 기능(checkout), 할인 기능(discount), 배송 기능(fulfillment)을 지원합니다”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 체크아웃 생성: 에이전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체크아웃 세션을 생성합니다. “빨간 장미 한 다발 주문, 구매자는 John Doe, 결제는 Google Pay 사용” 같은 요청을 보내면 서버는 체크아웃 ID와 함께 총액을 계산해서 돌려줍니다.
- 할인 적용: 에이전트가 “10OFF 할인코드 적용해줘”라고 추가 요청을 보내면, 서버는 할인을 적용한 새 금액을 반환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표준화된 API를 통해 이뤄집니다. 쇼핑몰 입장에서는 UCP 한 번만 구현하면 Google AI Mode뿐 아니라 Microsoft Copilot 같은 다른 AI 플랫폼에서도 똑같이 작동하죠. 실제로 Shopify는 UCP 발표와 동시에 Microsoft Copilot 통합도 공개했습니다.
실제 적용: Google AI Mode에서 바로 결제까지
Google은 UCP를 자사 서비스에 먼저 적용했습니다. AI Mode로 검색하다가 “가벼운 여행 가방 찾아줘”라고 물으면, AI가 상품을 추천하면서 동시에 체크아웃 옵션을 보여줍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대화창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Google Pay로 결제할 수 있어요. 배송 정보도 Google Wallet에 저장된 걸 그대로 쓰고요.
판매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깁니다. Google Merchant Center에 제품을 등록하고 UCP를 연동하면, AI가 추천할 때 특별 할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고급 식당용 러그 찾는데 청소하기 쉬운 걸로”라고 검색하는 사용자에게 “지금 10% 할인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상품을 보여주는 식이죠. 이미 Lowe’s, Michaels, Poshmark 같은 브랜드들이 AI 기반 고객 응대 에이전트를 Google Search에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개방형 표준이 만드는 가능성과 한계
UCP의 진짜 강점은 개방형 표준이라는 점입니다. Google이 주도했지만 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됐고, Model Context Protocol(MCP)이나 Agent2Agent(A2A) 같은 다른 에이전트 프로토콜과도 호환됩니다. 결제 부분도 모듈식 설계라서 Stripe, PayPal, Apple Pay 등 어떤 결제사든 플러그인처럼 연결할 수 있죠.
쇼핑몰 입장에서는 한 번 통합으로 여러 AI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기존에는 Google, Amazon, Walmart AI 각각과 개별 연동해야 했는데, 이제는 UCP만 구현하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앱을 오가며 재구매하던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대화 흐름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됩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Adobe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홀리데이 시즌에 AI가 유도한 쇼핑몰 트래픽이 693% 증가했지만, 실제 구매 전환율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AI 쇼핑이 트래픽은 만들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얘기죠. 또한 OpenAI, Amazon 같은 경쟁사들도 각자의 에이전트 쇼핑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어서, UCP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도 2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처음부터 참여했고, 실제 작동하는 구현체가 이미 나왔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을 취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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