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터널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맨해튼 브리지를 지나는 몇 분 사이, AI가 뚝딱 만들어낸 걸 확인하고 다시 한 줄을 더 씁니다. 브루클린에 도착했을 때, 앱 하나가 완성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 CEO를 지낸 개발자이자 기술 에세이스트 폴 포드(Paul Ford)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는 이 글에서 AI 코딩 도구가 불러온 변화를 직접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흥분과 불안, 두 감정이 함께 담겨 있는 그의 글은 단순한 기술 낙관론이 아닙니다.
출처: The A.I. Disruption We’ve Been Waiting for Has Arrived – The New York Times
2025년 11월, 무언가가 달라졌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말은 AI 전문가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1년 전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코드를 직접 짜는 게 아니라, AI에게 말로 지시하고 AI가 버그까지 알아서 고치게 하는 방식이죠.
AI 코딩 도구는 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1월을 기점으로 뭔가가 확 달라졌다고 포드는 말합니다. 그 전까지는 유용하긴 해도 어딘가 버벅이고 어설펐는데, 이제는 AI가 한 시간을 내리 혼자 달려 완성된 웹사이트와 앱을 뚝딱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작동은 합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Anthropic의 Claude Code. 출시 6개월 만에 1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35만 달러가 200달러가 되는 순간
포드의 글에서 가장 강렬한 대목은 이 부분입니다.
과거 그가 CEO로서 고객에게 청구했던 어떤 프로젝트 견적은 35만 달러였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시니어 포함 엔지니어 두 명, 4~6개월의 개발·테스트 기간, 이후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비슷한 작업을 혼자, 주말과 저녁 시간을 써서, 월 200달러짜리 Claude 구독으로 해낸다고 합니다. 본인의 지저분했던 개인 웹사이트를 리빌딩한 건 “누군가에게 맡겼다면 2만 5천 달러는 줬을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가격 구조와 인력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그의 글이 나온 즈음, Monday.com·Salesforce·Adobe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이틀 만에 나스닥 100 지수에서 5,000억 달러가 증발하는 충격을 겪었습니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는 셈입니다.
빠른 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빠른 걸 원한다
포드는 AI가 만들어내는 코드가 수작업 코드만큼 좋지 않다는 걸 압니다. 보안 취약점이 있을 수 있고, 쿠키 커터처럼 비슷비슷한 앱이 양산될 수 있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이 비판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그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코드는 예술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코드에서 인간적 감동을 찾는 게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를 원합니다. 코드는 그냥 작동하면 됩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오랜 공리는 “제대로 된 아티스트는 출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관료적 절차와 리스크 관리 덕분에 소프트웨어가 늦게, 혹은 아예 출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죠. 이제 AI가 그 방정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좋지 않아도 빠르게 나올 수 있다면, 많은 사용자에게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쁘고, 쓰리고, 또 기쁜
포드는 솔직합니다. “나는 예전보다 덜 가치 있어졌다. 쓴 일이다.” 한때 자신이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와 자바스크립트 개발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지금의 환경에서라면 고용하기 어려울 거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오랫동안 소프트웨어를 원했지만 갖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클릭을 수백 번 해야 간신히 보고서 하나를 뽑는 이민자 지원 단체 직원, 이메일로만 모든 걸 처리하다 주문을 놓치는 소상공인, 환자와 대화할 시간보다 전자의무기록 입력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의사. 이들은 예산이 없어서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지 못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발전한다면, 이들도 직접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포드는 그게 장기적으로 좋은 거래일 수 있다고 씁니다.
“내가 덜 가치 있어졌다는 건 쓴 일이지만, 기차에서 코딩하는 건 재밌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소프트웨어를 갖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지 모른다고.
포드의 원문에는 바이브 코딩의 생태적 비용,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혼란, 그리고 AI 규제 공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담겨 있습니다. 개발자든 아니든,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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