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icrosoft Build 2025 Keynote (Photo by Dan DeLong)
“컴퓨터를 제어하기 위해 복잡한 메뉴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6일 발표한 새로운 Windows 경험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Windows 운영체제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를 넘어, PC 사용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려는 야심찬 시도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당신의 PC를 제어한다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Windows 설정에 추가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이제 사용자는 “음성으로 PC를 제어하고 싶어”나 “마우스 포인터가 너무 작아”라고 자연어로 말하기만 하면, AI가 적절한 설정 변경 방법을 제안하고 사용자 허락 하에 직접 실행까지 해줍니다.
이는 지금까지 Windows 사용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문제 중 하나인 ‘설정 찾기’를 완전히 해결하려는 접근입니다. 복잡한 메뉴 구조를 탐색할 필요 없이,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AI의 판단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가 생성한 추천사항은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라는 면책 조항을 명시했지만, 이는 AI 기술의 현 단계에서는 자연스러운 한계입니다.
Copilot+ PC에서 펼쳐지는 AI 창작 혁명
출처: Microsoft – Copilot+ PC AI 기능 시연
Copilot+ PC 사용자들에게는 더욱 풍부한 AI 기능들이 제공됩니다. Photos 앱의 새로운 ‘리라이트(Relight)’ 기능은 사진의 조명을 AI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줍니다. 최대 3개의 광원을 배치하고 색상을 설정하며, 모든 조명이 자동으로 따라가는 포커스 포인트까지 설정 가능합니다.
Paint 앱도 혁신적으로 변화합니다. 새로운 ‘스티커 생성기’는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사용자 맞춤형 디지털 스티커를 만들어냅니다. ‘오브젝트 선택’ 기능은 AI가 캔버스 내 특정 요소를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해주어, 편집 작업을 훨씬 직관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스크린샷 도구도 진화합니다. ‘완벽한 스크린샷’ 기능은 화면의 주요 콘텐츠를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캡처 영역을 제안하고, 텍스트 추출과 색상 선택 도구까지 추가되어 작업 효율성을 크게 높입니다.
에이전트 웹 시대의 개막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짜 야심은 Windows 너머에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는 2025년 오픈 에이전트 웹을 대규모로 구축하고 있다”며 인터넷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핵심은 Model Context Protocol(MCP)의 Windows 내장입니다. Anthropic이 개발한 이 프로토콜을 통해 AI 에이전트들이 컴퓨터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GitHub Copilot 같은 AI가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설치, 파일 접근, 시스템 설정 변경, 앱 실행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NLWeb이라는 새로운 표준은 모든 웹사이트를 ‘에이전트화’할 수 있게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TO 케빈 스콧은 이를 “에이전트 웹을 위한 HTML”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미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기업들과 협력해 AI 에이전트가 직접 여행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의 근본적 변화
이런 변화는 우리의 PC 사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에 맞춰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적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Excel 함수를 외우는 대신 “이 데이터를 월별로 요약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식입니다. 파일 탐색기에서도 우클릭으로 파일 내용 요약이나 이미지 편집 같은 AI 기능을 바로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큰 개선이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내레이터 기능이 강화되어 차트, 사진, UI 요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음성 접근 기능도 더욱 자연스러운 언어로 PC를 제어할 수 있게 개선됩니다.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미래
출처: Microsoft Build 2025 – MCP on Windows 아키텍처
하지만 모든 변화가 장밋빛은 아닙니다. AI의 판단 오류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우려, 그리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의 적응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특히 Copilot Vision 같은 기능은 사용자의 화면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우려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기능들을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사용자 동의를 전제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구현 과정에서 얼마나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준비해야 할 변화
이런 변화는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IT 관리자들은 AI 에이전트가 시스템에 접근하는 권한을 어떻게 관리할지, 보안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립니다. MCP와 NLWeb 표준을 활용해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개선하거나, 아예 새로운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일반 사용자들도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AI와 자연어로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어떤 작업을 AI에게 맡기고 어떤 부분은 직접 제어할지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아닙니다. 컴퓨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사용자가 기계에 맞춰야 했던 시대에서, 기계가 사용자에게 맞춰주는 시대로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새로운 기능들은 Windows Insider 프로그램을 통해 베타 테스트 중이며, 일반 사용자들이 체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는 PC와 대화하듯 소통하고,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작업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세상을 맞게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할지가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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